• 크리스마스 인사와 2017년의 계획.

    크리스마스 인사와 2017년의 계획.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인사를 드릴 때면, 한때 신자였던 때가 생각나네요. 뭐 유별난 건 없지만 말입니다. 지난 일이라, 믿음과 신앙이라는 열정과 저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할 뿐이네요. 예수의 탄신을 축하하는 사람들과 세속의 열광이 어우러지는 묘한 상황이 재밌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비판을 지속적으로 가해도 이 상황이 유지되는게 말이죠! 지식노동자 말의 힘이라는게 참 별 거 아니기도 합니다.)

    12/27 – 1/8까지 한국에 없습니다. 쉬는 시간이 필요해, 바다 건너 어딘가에 다녀 올 예정입니다. 노트 하나에, 카메라 하나에, 아이폰 하나 들고 옷 몇 개 추려 넣은 캐리어를 질질 끌며 다녀올 생각입니다. 짝궁의 만류로 노트북은 얌전히 서울에 놓고 갑니다. 그곳에서 천천히 산책하며 커피나 마시고, 미술관에서 긁적긁적이다 책방 구경이나 실컷 하고 올 생각입니다. 누가 그렇지 않았겠습니다만, 2016년을 지독하게 보낸 처지라서 휴식이 필요하네요. 정말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면 jfly2u@gmail.com 로 연락 주세요. 아이폰을 쓰신다면 iMessage 로, 아니라면 Telegram (ID: junchol_kim_so)으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KakaoTalk은 안될 겁니다. 서울에 비해 14시간이 느린 도시에 있을 예정이니, 꼭 한국 시간에서 14시간을 뺀 시간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연락주세요. (가급적이면 1/8 이후에 연락을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녀오면, 2016년에 한 작업들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자리를 연달아 가질 생각입니다. 우선, 1월 중순에는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2016)를 두고 연구자와 현장에 계신 분들과 함께 집담회를 WLB연구소에서 갖습니다. 그리고 (서울연구원, 2015)와 (서울연구원, 2016)을 바탕으로 출판 작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아직 계약한 출판사는 없습니다만,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러저러한 기획서를 짜고 출판사에 투고를 할 요량입니다. 그리고 박사포차의 이름으로 이민재와, 저희가 진행한 작업에 관심있는 분들을 모시고 일종의 네트워킹 파티(?)를 열 생각입니다. 문헌 연구와 민속지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초대할 생각입니다. 2017년에는 연관된 작업을 하는 여러 부류의 분들과 일종의 그룹을 만들어볼까 싶습니다. (일정부분 한계가 있는 협동조합 모델은 아닙니다, 어떤 방식일지 의견을 구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뭣도 아닌 놈이지만) 예고한대로, 사회사 작업에 집중합니다. 어느만큼 아이디어들은 나왔습니다만, 자료를 정리하는 문제로 올해에 해결하지 못한 작업들입니다. 대체로 ‘근대적 인식’과 ‘근대 장치’들에 대한 질문이라 보시면 됩니다. 쉽게 생각하자면,상식과 국어사전의 (간소하며 단명한) 정의를 상대로 잊혀진 것들을 불러와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우선,

    (0) 용산역 근처에 1970년대, 10여년간 존재한 양곡시장의 브로커들에 대한 연구를 마칠 계획입니다. 박사포차의 이민재와 함께 진행하는 작업에서, 저는 서울 내외의 쌀의 흐름을 포착할 생각입니다.

    (1)1990-2010년대 울산지역 거주민들의 구술생애사를 바탕으로 제조업 하청업체 노동자가 되는 과정을 그릴 생각입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생활을 주목하며, 그/녀들의 생애를 통해 엘리트가 아닌 “그저 그런” 삶이 어떤 의미일지 보일까 싶습니다.

    (2)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해방 후의 ‘전국일주’와 ‘기행과 여행’이라는 주제의 연구도 진행합니다. 와 두 시리즈와 근저의 문학작품에 대한 나름의 정리 작업입니다.

    (3) 석사학위논문의 보완적 성격인 연구로 해방 후 지속된 “민중”르포르타쥬와 “생애사” 작업이 ‘민중의 삶’과 어느만큼 결착되어 있는지, 결렬해있는지 확인할 생각입니다.

    (4) 언제 끝날 지 모르지만, 근/현대 인쇄기술의 변화에 대한 정리 작업 역시 진행합니다. (뵌적은 없지만) 김태호 선생님의 작업을 보며 입력장치에 대한 이해는 어느 만큼 가능해진 바, 출력장치에 대한 이해를 넓혀볼까 합니다.

    (5) (더 나아가 박사학위논문에서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빈자들이 삶을 지탱할 적에 이용한 여러 도시 장치들에 대한 연작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작업들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종합하는 차원인데요, 우선, 도시계획과 서울살이의 시작, 경제-장치와 문화-장치를 구조화하는 작업도 진행합니다.

    대개의 작업은 혼자 진행할 계획이며, 어떤 작업은 박사포차의 이민재와 진행합니다. 필요에 따라 이런 저런 협업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방 후에서 현재까지 서울과 서울살이, 혹은 출판의 역사에 대한 글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십시오. 작업을 하며, 밝혀내거나 나눌만한 이야기들을 글로 나누고 싶습니다. 연구작업만으로 먹고사니즘이 해결되지 않으니, 올해부터는 짧은 글을 여러 경로로 내보내야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얼 힙스터로 돌아올게요. 다녀와서 만나요.
    스웩.

    . . .

소준철 혹은 날아. 연구자이며 작가.

단행본으로 <가난의 문법>(2020)을 썼고, 학술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2020) “청계천에서 난지도로 – 공간정보의 생산과 도시하층민 이동의 관계에 대하여>(2023)”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