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글은 1970~1980년대 도계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산닭 거래가 어떤 조건에서 지속되었고 그 형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묻는다. 소비자의 눈앞에서 바로 잡아 팔던 닭은 언제부터인가 포장되어 냉장고 속에 진열되었지만, 살아 있는 닭을 파는 닭전도 드물게나마 남아 있다. 이 공존은 대체로 제도의 허약함이나 취향의 문제로 논해져 왔다. 이 글은 법령과 행정 문서, 『월간양계』, 신문, 당대 소비자 조사를 대조하여 서울의 규제 시행과 시장의 거래를 함께 살핀다. 규제는 도살하는 장소에서 산닭의 진열로, 다시 도체의 온도로 그 대상을 확장했다. 그러나 위탁도계 체제에서 위생은 의심받았고, 제도가 지정한 냉장과 포장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제도가 강화된 듯 보였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소비자는 직접 보고 고르는 것과 제도가 보증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을 근거로 삼을지 판단했다. 도계육과 산닭의 선택은 관습의 지체가 아니라 무엇을 신뢰하는가의 문제였다. 도계육과 산닭의 병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생을 만들고 서로 다른 근거로 그것을 믿는 두 체계가 함께 작동한 상태였다. 여기서 경합하는 것은 무엇이 위생이냐 비위생이냐가 아니라 누가 어디서 위생을 만드는가였다. 위생과 안전은 측정되는 것이기 이전에 만들어지고 믿어지는 것이며, 그 신뢰에는 제도가 보증하지 못하는 각자의 근거가 있다.
작업의 변
- 민속학연구자 강세미와의 협업.
- 관행이 산업에 의해 재편되는 과정을 다뤘던 두부와 달리 제도와 산업의 요구와 관행이 병존하는 과정을 검토하는 연구. 동일한 시기 서로 다른 현상을 이해하려고 했음.
-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비’, 즉, 감각과 관행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양식을 따져묻는 시도. 한편으로는 ‘위험’, ‘신뢰’ 등이 복수적이라는 걸 말하고 싶기도 함.
-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