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12 인천의 사일로 미관사업, 부디 실속 있는 이미지를 고민해달라.

    도시연서 2018/12


    사일로는 미국의 거대 농장 이미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원통형 곡식저장소다. 이건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인천항에서도. 특히 내년이면 40년 묵은 사일로가 인천에 있는데, 최근 이 사일로가 “흉물”에서 “명물”로 바뀌었다 한다. 사정을 알아보니, 7부두에 있던 회빛 콘크리트 구조물에 관광자원화를 위해 벽화작업을 한 일을 둔 평가였다.

    이 사일로는 현재도 이용되고 있다. 즉, 폐시설이 아니란 말이다. 곡물저장소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미관 개선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6억 2천만원의 예산이 투여됐다는 점은 이견의 소지가 있겠으나, 이 것만으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게다가 도시 경관의 변화에도 이점은 있겠다. 앞서 미국하면 사일로가 떠오르듯, 인천이란 도시에 거대한 사인이 생겨난 것으로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겠다. 더구나 최근 인천의 풍경을 가지고 작업한 “인천의 노래”와 같은 시도를 살펴 볼 때, 인천시가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마음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사일로의 기능을 모르는 시민들이 사일로의 기능을 아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새롭다. 또 산업시설 탐방프로그램과 연계했다고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의 내용과 결과를 다른 지자체에 (풍부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거대한 랜드마크를 갈구하는 분위기는 찝찝하다. 초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기네스북에 등재된다고 해서 생기는 이점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벽화”라는 걸 자랑하는 모습은 다소 딱하다. 이미 한국은 세계에서 잘 사는 국가 중 하나인데, 원천기술도 아닌 데 최초라거나 최대라고 자랑하는 건 착잡한 일이다. 마치 거대한 신전을 세우고 모두가 바라보게 하는 주술은 아닌지, 감추려는 게 있다는 생각에서다. (외부인이라 그럴지 모르겠지만) 인천 제조업을 비롯해 경기 침체와 실질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대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은 아닐까? 정말 인천시가 인천사람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주려 시도하는지 알기 어려운 요즘이라 그렇다. 최근 이뤄진 시민청원에서 처음으로 등록된 게 경제청장 퇴진이었다. 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해 경제자유구역의 투기와 미진한 경제활성화, 그리고 제조업의 쇠퇴와 GM공장부지의 논란, 아직 명확한 대책은 보이지 읂는다.

    이탓에 의심이 이어진다. 거대한 관광명물이 가진 실질적 목표가 무언지 고민하며 마칠까 한다. 사실 인천내항은 현재 도시재생사업의 대상지로 항만의 앵커시설과 민자유치을 중심으로 하는 실정이다. 이를 이유로 입지규제최소규제 지역 지정을 시도하며, 관광사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사업이 목표한대로 안정적인 청년창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히 듣고, 반영/개진해 나간 것 같지는 않다. 세금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설보다 수익시설이 많은 현재의 상황이다. 배후 경관시설로 사일로의 관광자원화를 시도했다고 가정하면, 이 사일로의 미관개선 사업을 다르게 읽을 수 있다. 관광개발 사업의 정지(整地)사업으로, 관광지로의 장소성을 구축하기 위해 이 사업이 시작된 건 아닌지 의심된다. 정말 이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장점이란 부수적인 것으로, 도시재생이 아니라 효율적인 마케팅의 하나에 불과하겠다. 관광이라는 명분의 주술은 그만 두고, 속셈이 아닌 실속 있는 사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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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철 혹은 날아. 연구자이며 작가.

단행본으로 <가난의 문법>(2020)을 썼고, 학술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2020) “청계천에서 난지도로 – 공간정보의 생산과 도시하층민 이동의 관계에 대하여>(2023)”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