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쓰레기는 어떻게 되었나

이 글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기관지 <걷고싶은도시> 2023년 여름호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원문은 다음을 눌러 확인해주세요. 글 읽기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사회 

경주에 오는 길에 포항을 들렀다. 아이 기저귀를 사러 이마트에 들렀다. 온라인에서 새로 리모델링한 매장이라는 광고가 인상적이었다. 외지인인 나는 그저 새로운 인테리어와 배치를 기대할 뿐이었다. 이마트 앞에는 강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냉천이었다. 천변은 어수선했고, 양쪽 둑에는 모래주머니가 줄지어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큰물이 덮친 그대로인 것 같았다. 아내도 이상했는지 스마트폰을 들고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마트, 작년, 태풍 때 침수됐었대. 그래서 리모델링 했대.” 작년에 썼던 “수해 때마다 반복되는 쓰레기 문제”라는 글이 생각났다. 글을 쓰며 보았던 여러 보도가 가리켰던 곳이었다. 냉천과 그 하류의 이마트, 그 일대 모두 작년 가을에 닥쳐온 태풍 힌남노의 피해지였다. 수해는 잊히었지만, 상처는 여전했다. 

곧 장마가 온다. 장마가 끝나면 태풍이 몰아칠 테다. 당연한 소리지만, 예사롭지 않다. 김지은 전북 녹색연합 사무국장이 말한 대로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상황에서 태풍과 빗줄기는 더 거세지고 있다. 기상청은 “북극의 이상고온, 북극 얼음(해빙)의 감소, 북극의 찬 공기 남하, 한국 북쪽 상공에 찬 공기 정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이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초가을 녘 (여름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가야 하지만 오히려 확장하는 바람에 일본이나 동쪽으로 가야 할 태풍이 한반도로 몰리는 상황이 잦아진 것이다. 수해가 일상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도시홍수와 수해쓰레기 

수해의 물줄기는 사람과 도시를 할퀴었다. 그러나 도시홍수로 인한 피해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는 도시하천의 수위가 상승해, 하천수가 시가지를 덮치는 외수범람의 형태였다면, 이제는 집중호우와 하수관거의 용량 부족이 복합적으로 기능해 하천으로 흘러가야 할 물이 하수관거로 역류하는 내수범람의 형태가 문제다. 즉, 도시가 과도하게 개발되면서, 빗물이나 눈 녹은 물 등이 지하로 스며들 수 없게 하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도로를 의미하는 불투수면이 증가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수도권과 경남권에서 발생한 도시홍수 피해는 기후변화와 과도한 도시화가 만나 생겨난 인위적 재난의 성격이 크다. 8월의 폭우 사태로 수도권에서 16명의 사람이 사망·실종됐고, 9월의 태풍 힌남노로 경남권에서 12명이 사망·실종됐다. 언론은 재산피해액을 두고 수도권 658억 원, 경남 지역은 1억 7천억 원에서 2억 4천억 원까지 추정했다. 이처럼 피해에 대한 보고는 인적 피해와 경제적 피해로 이뤄진다. 인적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직접적 피해라 본다면, 침수된 쓰레기, 침수된 집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전염병 등 간접적인 피해 역시 발생한다. 직접적인 피해에 비해 간접적인 피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수해에서 발생한 폐기물인 수해쓰레기 문제는 꽤 심각하다. 수해쓰레기의 처리방식은 환경부의 “재난폐기물 안전관리 지침”(2017)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보통은 폐기물을 임시적환장(재활용품을 처리업체로 보내기 전에 임시로 모아 두는 곳)으로 옮긴 후, 쓰레기를 분류·선별한 후 평상시의 쓰레기 처리와는 별개로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하거나 민간 소각장에서 소각한다. 

수해쓰레기는 어디로 갔는가 

서울시의 행정문서를 살펴보면, 작년 8월부터 9월까지 수해쓰레기에 대한 처리가 이뤄졌다. 서울시는 9월 28일 8월 폭우 관련 수해 폐기물 처리를 최종 보고했는데, 8월 8일부터 며칠간의 비로 인해 발생한 수해 폐기물이 약 8,200톤 가량이라고 예측했다.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4일 동안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된 수해쓰레기양만 2,273톤이었다. 지난해 작성한 글에서 나는 남은 7,900여 톤의 쓰레기가 소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남은 쓰레기들은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글 작성 이후에 서울시로부터 수해 폐기물 처리결과 보고 문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는 현재 글의 내용과 다르다. 총 수거량은 14,009톤이었으며, 수도권 매립지로 6,164톤이 향했다. 남은 폐기물 가운데 민간소각은 4,091톤이 이뤄졌고, 재활용은 3,754톤이 이뤄졌다. 이전의 글에서 지적한 7,900톤까지는 아니지만, 7,800톤 가량이 매립 이외의 방식으로 사용됐다. 무엇보다 소각된 4,091톤은 서울 외곽 도시에서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문제인데, 재활용 3,754톤 역시 소각재활용될 여지 역시 있다. 이렇다면 수도권의 재난을 처리하는 주체가 수도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쓰레기 처리에 있어 지방도시의 식민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이후 매립이 종료된 이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의 대안은 따로 없다. 수해쓰레기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이며, 지구적인 문제다. 힌남노로 인해 포항 지역에서는 3만 5천여 톤의 수해쓰레기가 발생했다. 수해쓰레기를 빙자해 불법 쓰레기 투기가 이뤄지는 문제부터 쓰레기매립장이 단번에 포화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단 며칠의 태풍이 평상시 100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만든 상황은 이변으로 볼 수 있겠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단면이며, 앞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일 지도 모른다.

바다쓰레기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내륙뿐만 아니라 강과 바다에서의 문제도 있다. 지난해 8월, 금강의 난감한 사정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이어 내린 8월 14일의 집중호우는 부여시와 청양군에 쏟아져 내렸다. 집중호우가 그친 이튿날,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서천군 금강하굿둑에 쓰레기가 모였다. 물과 쓰레기로 하굿둑이 차오르자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은 갑문을 개방했고, 쓰레기들은 갑문을 넘어 서천과 군산 앞바다로 떠내려갔다. 쓰레기는 기다란 띠를 이뤘고, 바다에 있던 부표와 어망들과 뒤엉켜 뭉쳐 덩어리를 이뤘고, 떠다니는 ‘쓰레기 섬’으로 변했다. 쓰레기섬은 연안을 돌며, 어망을 망쳤고, 어선과 충돌했다. 쓰레기들은 계속해서 방파제와 항구로 밀려들었다. 

그러나 쓰레기는 금강과 바다를 헤맸다. 문제는 쓰레기섬을 누가 치워야 할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강 하구는 7개 기관이 관할 책임을 맡고 있다. 금강 상류와 본류는 금강유역환경청, 금강하굿둑은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 군산 앞바다는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이 담당한다. 또 행정구역으로 따질 때 금강의 위쪽은 충청남도 서천군, 금강의 아래쪽은 전라북도 군산시가 맡았다. 쓰레기가 어디에 떠 있는지, 혹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따라 책임기관이 달라지기에 각 기관은 쓰레기의 이동 경로만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쓰레기를 치우는데 드는 예산, 인력, 선박 등의 장비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8월 18일이 되어서야 7개 기관이 “금강하굿둑 부유 쓰레기의 수거 처리 방안”이란 주제의 회의 자리에 한데 모였다. 그러나 각 기관은 자신의 예산과 인력 동원 등에 문제가 있다며 합의를 회피했다. 그사이 쓰레기는 바다를 계속하여 떠다녔고, 어민들이 직접 나서서 치우는 상황도 발생했다. 육지의 쓰레기를 정부도 아닌 어민들이 대신 치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23년 지금은

서울시는 수해 폐기물 처리 대책을 담은 “2023년 여름철 청소대책”을 발표했다. 5개월간, 청소대책 상활실을 운영하며, 수해쓰레기 발생에 대비해 수해쓰레기를 임시 적치할 임시적환장을 사전에 확보하며, 환경공무관이 낙엽, 담배꽁초, 빗물받이 청소 등을 시행하게끔 수도권 매립지로의 긴급 반입을 대비하겠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건 아니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매립을 중심으로 한 처리법이며, 기존의 쓰레기 처리시설을 임시적환장으로 전환해 사용하며, 빗물받이를 자주 비운다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우선 쓰레기를 줄이고, 개발의 속도를 늦추며, 투수면적을 늘린다는 전제 아래에서 배수시설을 확장하고 관리하는 전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또 매립과 재활용(소각)의 비율을 조정할 필요도 있으며, 재활용에 필요한 시설, 인력, 예산을 넉넉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기후위기 체제에서 재해는 반복될 것이며, 그 크기와 피해는 커질 것이다. 2022년 11월, 서울시 은평구의 반지하 주택 13가구가 침수됐고, 영등포구의 일부 도로도 침수됐다. 8월의 침수 피해 경험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원인은 빗물받이나 하수관거가 일시적으로 막혔기 때문이다. 가을 낙엽이 빗물받이나 하수구를 막은 탓이었다. 빗물받이와 하수관거, 대량의 저류지와 같은 인공적인 체계를 공격하는 건 다름 아닌 자연이다. 우리는 자연의 힘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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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철 혹은 날아. 연구자이며 작가.

단행본으로 <가난의 문법>(2020)을 썼고, 학술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2020) “청계천에서 난지도로 – 공간정보의 생산과 도시하층민 이동의 관계에 대하여>(2023)”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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