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 문화사업, 흉내내기와 사례 진열장에 불과한 건 아닌가?

<도시연서> 2018/8

서울시는 시청 광장 앞에 98평의 모래사장을 만들었다. 인천 앞바다에서 모래를 공수하는데 돈은 1,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여러 기사들이 보도하는 바대로, 시민들은 문화향유와 세금낭비라는 상반된 시각을 가진다. 그러나 나는 이 사업이 내년에도 지속될지를 물어야 한다고 본다. 내 답은 아니오다. 세금 낭비의 문제가 아니라 흉내내기의 한계 때문으로, 다른 사업으로 바뀌어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다.

알려진대로, 이 사업은 2002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빠리 쁠라쥬(Paris Plage)” 사업을 모델로 한다. 이 사업은 현재도 대략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휴가를 떠나지 못한 빠리지앙의 도시 내 휴가지 노릇을 한다. 시청 광장과 센느 강변의 일부에 휴가지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셈이다. (파리에서도 세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다. 그럼에도 도시에 휴가지 기능을 더한 부분에는 칭찬이 따른다.)

서울시의 사업은 빠리 쁠라쥬를 따라했지만, 잠깐 들렀다 갈 포토존을 만든데 그칠 뿐.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찍고 가는 장소일 뿐이다. 시민들에게 왜 이런 공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 모래사장 만들기는 실망스러웠다. 예산을 통해 (그저 우리에게 없었다는 이유로) 이색적인 경험의 장소를 제공했을 따름이다. 게다가 TBS의 한 보도기사는 서두에 사진 찍는 외국인의 모습을 재생하며 여긴 해외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너스레를 떠는데 정말 꼴불견이었다.

요사이 문화사업은 외국의 사례를 모아 진열하는 경향이 심하다는 불안감이 밀려 들었다. 함께 고민하고 답을 만드는 침착함과 묵직함이 필요하다. 사례를 흉내내어 도입하고, 수치화된 실적만 남는 사업만 보인다 말하면 건방진 말일까? 진열장처럼 잠시 머물렀다 지나가는 공간은 너무나도 많다. 문화사업이 사회에서 논의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작은 답이라도 될 수 있는 판이길 바란다. 예컨대 쉴 수 없게 만드는 이 도시에서 조금이라도 오래 쉬고, 즐길 수 있는 판을 굴려주길 바란다.

Paris Plage
서울시청 광장, 모래사장으로 변신…파리 센강에서 영감 얻어
서울광장에 모래사장 만들겠다는 서울시··· “세금낭비다” vs “문화향유다”
서울광장 인공해변에서 진짜 바다간 척 인증샷 찍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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