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삼십여명 이상으로 보인다. 줄이 길다. 택시 승강장에 들어오는 택시가 없다. 어떤 아저씨들이 줄 선 사람들에게 와 “어디에 가”라거나 “어느 방향이세요” 혹은 “부천, 인천 가실 분”이라 말을 건다. 택시 호객꾼은 맨첫번째 횡당보도에서 택시 대기줄 사이를 오간다.흥정을 하고, 여기에 응한 사람들은 근처에 세워진 합승차에 타거나, 빈차 표시등을 끈 택시에 가서 탄다. 물론 이 차는 바로 출발하는 건 아니다. 정해진 수의 사람이 타야만 출발한다.
#2 술에 취한 여덟명의 사람들이 있다.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밀치며 욕을 한다. 갑자기 서울역으로 뛰어 들어간다.
#3 얼굴이 익숙한 노인 셋이 있다. 늦은 시간 이곳에 올 때 마다 보아 낯익은 얼굴이다. 쉬었다 가라는 호객꾼은 택시 하차장에 한명, 역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근처에 한명, 쥬시 앞에 있는 공중전화에 한명, 이렇게 떨어져 서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총각, 쉬었다 가”라거나 “아가씨 있어요”라 말한다. “아닙니다”라 말 하며 지나친다. 오늘은 한 노인이 나를 따라오며 몇 번을 반복해 말하더라. 오늘은 “아닙니다”를 세 번쯤 반복해 말하니 다른 남자들에게 향한다. 저들의 영업소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4 한 남자노인이 온갖 잡동사니를 담은 리어카를 끌고 나타났다. 리어카를 세워놓고 택시를 기다리는 여성들에게 가 “한 번 자자”고 말을 건다. 남성들에게는 “돈을 달라”고 말한다. 역한 광경이다. 사람들이 호응하지 않고, 할아버지는 근처의 합승택시 호객꾼과 시비가 붙었다.
#5 망치가방을 맨 아저씨가 택시 대기줄 옆을 지나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욕을 한다. 줄을 깨트리고, 유모차에서 잠든 아이에게 고함을 친다. 말이 거칠다.

#6 누군가 서울역 간판 아래쪽에 “박근혜 대통령 사기 탄핵”이라 새겨놨다.

#7 내 바로 앞엔 외국인 가족이 트렁크 세 개,유모차 하나를 가지고 서 있었다. 합승차 호객꾼이 다가와 “where”라 묻는다. 남자가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열고 행선지를 선택해 손가락으로 짚는다. 이만원이면 될 법 한데 오만원을 부른다. 고민을 하니 “텐 사우전드 디스카운트”라 말한다. 이 가족은 호객꾼을 따라가 합승택시에 탄다.
#8 경찰차가 끊임없이 드나든다. 그들은 계속 지켜본다. 경찰은 싸움이 나지 않는 한 그 어디에도 개입하지 않는다.
#9 택시줄에 선 사람들, 특히 내국인들은 주변 어디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줄이 얼마나 줄었나, 택시가 오는지 확인 할 때나 주변을 바라 본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하차장에 간다. 승객을 내려주고 떠나려는 택시문을 잡고 바로 탄다. 그렇게 떠나가면 줄을 지키고 선 사람들은 한숨을 쉬거나, 얌체같다 말한다. 어떤이는 그들을 따라 하차장으로 가 기다린다.

#10 01:29 갑자기 문자가 한 통 왔다. “시간이 늦어 경비실에 맡겼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모르는 전화번호다. 택배기사인 듯 싶다. 설마 지금 이 시간에 일하겠냐 싶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11 동생이 얼른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 앞엔 아직 스무명 정도가 남아 있다. 얼른 간다고 답했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다. 한숨이 나온다.
#12 아저씨 둘이 있는데 그 중 한명이 대열을 벗어나려 한다. “여기까지 기다렸는데 뭣하러 가. 기다려, 택시는 왜 이렇게 안 와. 새끼들”이라 말한다. 벗어나려던 사람은 욕을 내뱉으며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어느날의서울 #도시사회풍경 #서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