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짧은글

  • 어쩌다 뉴욕에, 그 첫날.

    어제 오후엔 42가에서 62가까지 걸었다. M-Grid라 불리는 형태는 효율적이나, 거리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면 거리마다의 편차가 극명한게 다소 폭력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00년 묵은 도시 지하 어딘가엔 닌자거북이가 살고 있을 것 같다. 걷기 정말 좋은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적절한 온도에 얕은 바람이 살랑거렸다. 태평로 카페 어디에선가 “앞으로 또 언제 뵈려나요”라며, 아쉽게 헤어진 이 선생님을 만나러 나선…

  • 크리스마스 인사와 2017년의 계획.

    크리스마스 인사와 2017년의 계획.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인사를 드릴 때면, 한때 신자였던 때가 생각나네요. 뭐 유별난 건 없지만 말입니다. 지난 일이라, 믿음과 신앙이라는 열정과 저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할 뿐이네요. 예수의 탄신을 축하하는 사람들과 세속의 열광이 어우러지는 묘한 상황이 재밌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비판을 지속적으로 가해도 이 상황이 유지되는게 말이죠! 지식노동자 말의 힘이라는게 참 별 거 아니기도…

  • [기고] 폐지줍는 일을 하는 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기고] 폐지줍는 일을 하는 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북아현동에서 다른 빈곤을 보았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무언가를 생산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경쟁적인) 동사무소의 노인일자리 사업이거나 박스나 종이를 줍는 일이다. 간혹 장사끼가 있는 어르신들은 동네에 찾아오는 야채트럭 앞에 앉아 호객을 하거나 배달을 해주며 야채장수로부터 가끔 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뿐만이 아니다.…

  • 노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마음

    그래서 이 연구는 우선 문제를 풀 수 있는 요인을 찾는 것보다 불확실하고 불가사의한 여성노인의 생활을 그려보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사회적 문제로서의 여성노인이 아니라, 여성노인의 언어를 따라 그녀의 삶을 재구성하려 한다. 가령 “죽음은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죽는 것이 가장 잘 죽는 것 같다. 물론 약장수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라는 말에서, “하고 싶은…

  •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목동힙스터의 골목 관찰기

  • 새벽 다섯시, 소리.

    통증 탓에 잠이 깼다. 담배를 한 대 태우겠다며 병동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내려왔지. 자그마한 의자에 앉아 새벽녘 사람들을 관찰한다.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리는게 새벽의 관찰법이다. 우선 몇 무리의 취객들이 보인다. “샌드위치”라 소리지르는 남자들, 뛰어다니는 남자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는 남자들이 보인다. 또 길끝에서 나타난 굽네치킨 배달용 택트에 남자 셋이 타고 내 옆을 지나간다(두 명은…

  • 아리스토텔레스의 여가

    “행복은 여가 안에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가를 갖기 위해 여가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천적 탁월성의 활동은 정치나 전쟁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이것들에 관련한 행위는 여가 만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관련한 행위들은 전적으로 그런 것 같다. 정치가들에 행위 또한 여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그래서 만약 탁월성을…

  • 어쩌면 역사는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다보니 역사가 주제다. 1월호 타이틀인 예언과 역사학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지 생각해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예언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하는 말’이라고 밝힌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의 계시를 전달하기 위한 예언(prophecy)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통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론해’낸다는 의미로 보면 역사는 예언(prediction)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라는 흔한 말이 맞는지,…

  • 또 하나의 빈자리를 보라

    IMF 위기가 몰아치던 시기, 중학생인 나와 친구들의 교실에는 침묵이 가득하였다. 누군가는 원조교제를 이유로 제적당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모와 함께 야반도주하여 사라졌다. 소문도 없이 사람이 사라지는 교실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힘겹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야자가 시작하는, 그 지옥같은 생활에 나도 끼어들었다. 한 반에 대여섯명은 윗층에 있는 (우등반) 열람실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몇 자리가 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