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우주 개발과 우주 쓰레기

    한국일보 2022년 7월 9일
    hankookilbo.com/News/Read/A2022062014140001460

    지난달 21일 누리호가 목적한 최종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한국은 11번째 자력 우주로켓 발사국이 됐다. 또 1톤 이상의 실용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7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동시에 실용 위성에서 발생하는 우주 쓰레기를 직접 생산하는 7개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도 볼 수 있다.

    2020년, 인공우주물체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스페이스트랙(space-track.org)은 어떤 국가가 우주 쓰레기를 얼마나 생산했는지 정리한 바 있다. 1위는 러시아(1만4,403개), 2위는 미국(8,734개), 3위는 중국(4,688개), 그다음은 프랑스(994개), 인도(517개) 순이었다. 이들은 앞서 말했던 실용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국가들로서 한국은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인해 이들과 함께 우주를 개발하며 관리하는 책임을 갖게 됐다.

    쏟아지는 우주쓰레기

    지금까지 인류는 우주라는 공간을 향해 모험과 개발을 지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만든 물체를 두고 ‘인공우주물체’라고 한다. 인공우주물체는 더 세세하게 운영 중인 인공위성과 그 나머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는 그 나머지를 우주 쓰레기(space junk)나 우주 잔해물(space debris)이라고 부른다. 우주 쓰레기에는 수명이 다했거나 고장이 나 버려진 인공위성, 우주발사체에서 분리된 페어링이나 로켓 상단이거나 인공위성이 폭발하거나 다른 물체와 충돌할 때 생긴 파편 등이 모두 해당된다.

    1957년 10월 4일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기 전까지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는 달 하나였다. 그러나 스페이스트랙에 따르면 지금까지(6일 기준) 인간이 우주에 쏘아 보낸 인공우주물체의 수는 5만2,898개이며, 여기서 지구궤도상에 존재하는 인공우주물체는 2만5,453개이다. 지구궤도상에 존재한다고 해서 ‘운영 중’인 인공위성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운영 중인 인공위성의 수는 6,081기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우주 쓰레기이다. 작동이 중단된 인공위성(3,029기)이나 위성운반체나 로켓과 남은 파편(1만6,568개)이 지구를 돌고 있다.

    케슬러 신드롬

    우주 쓰레기 문제가 처음 제기된 건 1970년대다. 197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는 앞으로 경험한 적 없었던 재난이 도래할 것이라 주장했고, 그 재난이 일어나는 장소는 지구가 아닌 우주라 말했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발사과정에서 폭파하여 잔해가 발생하거나 노후된 인공위성이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인공위성의 잔해들끼리 충돌이 일어나 우주 쓰레기가 토성의 고리처럼 지구를 감싸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사람들은 케슬러의 주장을 ‘케슬러 신드롬‘이라 불렀고, 우주 쓰레기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이해이기도 하다. 그의 주장대로 우주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진 고리는 위험하다. 우주쓰레기 고리 때문에 인류가 지구 바깥으로 진출할 수 없고,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기술 전부가 먹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GPS나 위성통신 시스템 등 현대 기술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케슬러는 앞으로 이런 미증유 재난이 찾아올 것이며, 인류의 문명은 1960년대 중후반으로 후퇴하리라 진단했다.

    그러나 그의 경고는 ‘우주개발’의 열풍을 막지는 못했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54년 동안 우주 쓰레기는 줄지 않았고, 명확한 처리 기술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우주개발은 더 활발해졌다. 냉전 상황에서 미국과 구소련은 각각 상대국이 우주에서 압도적 군사위치를 선점하지 못하도록 폐쇄적인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올드 스페이스)에 집중했다. 구소련이 해체한 후, 2000년대 들어 개방적이고 민간 주도의 상업적 우주개발 시대(뉴 스페이스)에 진입했다. 특히 미국의 스페이스X는 우주개발 방식과 속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스페이스X는 초대형군집 위성방식을 고안했고, 그들은 작은 크기의 인공위성을 수십 개에서 수천 개까지 동시에 배치한 후 특정 임무를 위해 여러 대의 인공위성을 동시에 이용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이스X는 2022년 1월 기준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 2,042기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2019년 5월 위성 60기를 한 번에 발사한 지 2년 7개월 만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의 속도는 우주 쓰레기 발생 속도를 증가시킨다. 예컨대 스타링크의 2,042기 가운데 1,469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272기는 작동을 위해 이동 중인 상황인데, 10% 정도인 200여 기는 작동이 안 되거나 폐기된 ‘우주 쓰레기’의 상태인 상황이다.

    공유지의 비극

    실질적인 기술과 달리 우주 쓰레기의 청소에 대한 상상은 대중문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다. ‘플라네테스'(2004)라는 일본의 만화는 2070년대 우주개발로 늘어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우주 쓰레기 청소부의 일을 그렸고, ‘승리호'(2021)라는 한국의 넷플릭스 영화 역시 유사한 설정이다. 영화 ‘월-E'(2008)에서도 주인공인 로봇 월-E가 이브를 좇다 우주선에 매달려 우주 쓰레기와 부딪히는 장면이 있고, 영화 ‘그래비티'(2013)는 앞에서 소개했던 ‘케슬러 신드롬’이 영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대중문화 영역에서 우주 쓰레기를 다루고 있는 현상은 우주 쓰레기라는 문제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인류 공동의 공간이다. 우주는 특정한 국가와 기업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동자산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한정된 공유지다. 책임과 규제가 없는 우주개발은 우주 쓰레기를 증가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 현상이 반복된다면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주개발의 기대는 개발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우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책임 있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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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철 혹은 날아. 연구자이며 작가.

단행본으로 <가난의 문법>(2020)을 썼고, 학술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2020) “청계천에서 난지도로 – 공간정보의 생산과 도시하층민 이동의 관계에 대하여>(2023)”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