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매체와 지식 연구

  • 최인훈, “회색인”(1977) 가운데

    “한국의 문학에는 신화가 없어. … 주민과 풍토에서 떨어진 신화는 다만 철학일 뿐 신화는 아니여. 신화는 인간과 풍토가, 시간과 공간이 빚어낸 영혼의 성감대지. … 그렇다고 우리는 돌아갈 만한 전통도 없다. 아니,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전통은 자칫 우리들의 헤어날 수 없는 함정이기 십상이다.” – 최인훈, <회색인>(1977): 16-17쪽

  • 일기와 내적 독백(quoted monologue)

    우리는 일기에 대해 일상적인 의미에서 연대기성과 개인적인 주관성과 진정성을 특성으로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일기라는 형식은 이 세 가지 특성을 고안하기 위해 창출된 독특한 글쓰기일까? 처음부터  세 가지 특성이 모두 일기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른 시기에 개별적인 특징들이 제기되었고, 시간을 거치며 일상적인 세 가지 특성이 ‘전형적인’ 일기의 속성으로 여겨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 나는 가짜라면을 만들어냈다.

    때때로 우리는 가짜라면을 만들어 놓고는 “이것이 진짜 라면”이라고 외치고 있는지 모른다. 나만의 진실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진짜”라며 헛된 표상을 내밀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이 영상을 보며 연구자(지망생)으로, 특히나 지나간 시간에 벌어진 일을 상대해야만 하는 연구자(지망생)으로 이 가짜라면을 만드는 법을 보며 내 지난한 연구과정과 무언가 부족한 결과물을 떠올렸다. 아주 일부의 인간들이지만, 마지막 남은 근대의…

  • 전쟁기의 일상생활 소고(小考): 박완서의 소설을 중심으로 (2015)

    박완서의 작품을 통하여 전쟁기의 일상생활을 복원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작성하였다. 결론도 마땅히 없고, 중간 중간 확인하지 않은 것들도 꽤 많다. 그러나 작가의 사적 경험이 미친 영향, 소설 내에서의 표현 각각을 ‘역사적 사실’과 견주어 비교하겠다는 의도는 나름대로 소중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6.25 전쟁을 다룬 박완서의 소설: 오빠에 대한 서사의 변화 우선 박완서의 작품 가운데 6.25 전쟁에서의…

  • [학위논문] 소준철(2015), 『1970년대의 전통적 생활세계와 생애사적 기록: 《뿌리깊은 나무》를 중심으로』.

    소준철(2015), “1970년대의 전통적 생활세계와 생애사적 기록: 《뿌리깊은 나무》를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 논문. 내려받기 초록 이 글은 1976년부터 1980년까지 4년 여 동안 모두 53호가 발간된 잡지 《뿌리깊은 나무》와, 1970년대 후반의 상황에서 이 잡지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간행된 것도 아니고 한국사회의 여론을 주도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아직도 독특한 형식과 한글 사용,…

  • 한큐 고서거리(阪急 古書のまち) 1

    한큐 고서거리(阪急 古書のまち)에 다녀왔다. 14개 정도의 상점이 있다. 고서만 파는 공간은 아니었다. 음악 전문 서점이나 수집용 물품 판매점도 있었다. 여기에서 질문. 한국에서는 고서와 (흔히 헌책이라 말하는) 중고책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고서는  조선시대의 고서를 가리키고, 헌책은 말그대로 현대기에 국한한다. (식민지기의 책은 고서로 보아야 하나, 헌책으로 보아야 하나?) 사람들이 주로 사는 건, 아래와 같은 100-200엔 가량의 문고판이다.…

  • “서점” 둘러보기.

    http://archives.kdemo.or.kr/View?pRegNo=00731642 이 사진의 제목은 <서점의 양서 코너에서 책을 꺼내어 보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다. 그러나 책등 아래쪽에 라벨이 붙어있는 것으로 볼 때 도서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서구권의 책 코너로 보이는데, 화질이 떨어져 어떤 책인지 살펴볼 수 없는게 아쉽다. 1965년 4월 19일에 박용수 선생이 찍은 것으로 보인다. http://archives.kdemo.or.kr/View?pRegNo=00731643 이 사진을 확대해보면, ‘외국서적’을 파는 세…

  • 계엄령 시기에 쓴 일기

    [계엄령 시기에 쓴 일기] http://archives.kdemo.or.kr/View?pRegNo=00531087 1980년 5월 24일 토요일, 오후 6시 15분. 지난 주 일요일부터 매일 밤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의 이른 여섯 시, 나는 짧은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외쳐댔다, “밖으로 나오시오.”라고 말이다. 나는 두려웠다. 나는 부랴부랴 옷을 입었다. 그 사람의 외침은 모두를 향한 부름이었는데, 나는 공포를 느꼈다. 시민군과 공수부대(paratroopers)가 ___ 벌어진…

  • “일기”를 읽기

    “일기”를 읽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박사과정 소준철 1. 들어가며  일기에 대한 이야기는 꽤나 적다. 연구자들에게 일기는 그 내용이 ‘사실적인 기록’이거나 ‘사실’을 보완하는 자료로써 사용될 때나 쓰인다. 그러나 보편적인 일기의 특징이나 그 구성의 특수성, 작성과 쓰임 등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다. 이 글은 일기를 하나의 사료로써 읽는 시도이다. 우선, 일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기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