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Junchol Kim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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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 소리.
통증 탓에 잠이 깼다. 담배를 한 대 태우겠다며 병동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내려왔지. 자그마한 의자에 앉아 새벽녘 사람들을 관찰한다.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리는게 새벽의 관찰법이다. 우선 몇 무리의 취객들이 보인다. “샌드위치”라 소리지르는 남자들, 뛰어다니는 남자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는 남자들이 보인다. 또 길끝에서 나타난 굽네치킨 배달용 택트에 남자 셋이 타고 내 옆을 지나간다(두 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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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여가
“행복은 여가 안에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가를 갖기 위해 여가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천적 탁월성의 활동은 정치나 전쟁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이것들에 관련한 행위는 여가 만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관련한 행위들은 전적으로 그런 것 같다. 정치가들에 행위 또한 여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그래서 만약 탁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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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역사는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다보니 역사가 주제다. 1월호 타이틀인 예언과 역사학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지 생각해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예언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하는 말’이라고 밝힌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의 계시를 전달하기 위한 예언(prophecy)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통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론해’낸다는 의미로 보면 역사는 예언(prediction)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라는 흔한 말이 맞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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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빈자리를 보라
IMF 위기가 몰아치던 시기, 중학생인 나와 친구들의 교실에는 침묵이 가득하였다. 누군가는 원조교제를 이유로 제적당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모와 함께 야반도주하여 사라졌다. 소문도 없이 사람이 사라지는 교실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힘겹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야자가 시작하는, 그 지옥같은 생활에 나도 끼어들었다. 한 반에 대여섯명은 윗층에 있는 (우등반) 열람실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몇 자리가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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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와 남은 자
떠난 자에게 명복을 빈다. 남은 자들이 이대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그런 일이 벌어졌다.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는데라는 보기만 해도 슬픈 사람들의 마음을 놓고 머리를 굴려봤다. 나는 내 몸으로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경험들과의 친화성 정도로나 (오만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위험한) 판단’을 내린다. 뭐 이런 생각이 나를 지독할 정도로 괴롭히는 하루다. 누군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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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직업윤리” 발췌
우리는 종교적 사상을 ‘이념형적’으로 구성된 논리적 일관성의 형태로, 즉 역사적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역사적 현실에서 분명한 경계를 긋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그 현실의 가장 논리적으로 일관된 형태의 연구를 통해서만 그것이 역사적으로 끼친 특수한 영향에 접근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17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