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서울, 충무로에서 종로2가까지

삼일빌딩.

70년대의 랜드마크. 이상의 날개 주인공이 관찰하는 공간, 박태원 천변풍경에 나오는 민주사가 첩과 딴 살림을 차린 곳 근방. 해방 후, 사라지고, 이 빌딩이 세워지며 이 길의 운명이 경제의 중심으로 뒤바뀐다. 게다가 민음사가 들어오고, 같은 건물에 사슴이란 다방이 생기면서 지식인들의 집합지가 되기도 한다. 지금에야 낡은 상업지구와 기업의 일시적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혹은 공연을 보고, 인사동을 다녀 온 관광객의 버스 승하차장이기도 하다.

임대.

소유 중이지만 이용되지 않는 자리엔, 그리고 공간 내에서의 상업활동 뿐 아니라 공간의 소유자의 임대활동도 멈춘 상태. 쓰레기, 누구의 것.

빨강 가방 아줌마. 

#1 그녀는 짐을 놓고 길을 건넌다. 지오다노 건물 앞에서 카트를 하나 더 가져 온다. 두 개의 카트를 끄는 아줌마.

#2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조금 알겠는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녀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말은 할 수가 없다.

장기 두는 노인들.

근미래를 생각해본다. 내가 노인이 될 때, 그때는 온다. 막연한 미래인가 꿈에 다다름인가. 나는 아마 오래된 기계를 손에 쥐고 때늦은 정보를 모으며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장기같은 건 둘 줄 모르니까.

타워 크레인. 


도시는 선과 점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겹의 주름이 만들어진다. 특히 저 타워크레인은 주름의 골짜기 높이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큰 빌딩숲은 하나의 주름이다. 전철과 지하철이 다른 주름을 만들기도 한다.

향린, 평화. 

향린교회. 열아홉, 좌파니 우파니 하는 구분에 푹 빠져있던 시절. 이때 향린교회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박노자의 사회주의 강연과 홍세화의 프랑스 이야기를 접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감각도 익혔고. 이젠 막연한 몽상이 되었네. 재개발로 주변을 뒤엎고 높다란 건물 사이에 놓이고, 알박기용인지 주차장을 앞에 둔 처지가 되었지만, 향린의 주장은 변함없다, “평화”. 반면에 나는?이라 생각을 해보니, 나는 참 부끄럽게 살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나름의 답사는 ㅇㅁㅈ와의 막걸리 파티, ㄱㅁㅅ, ㅈㅎㅇ과의 맥주 파티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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