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철, 2025, 「먹기의 사회학: 미시적 감정에서 거시적 가치정치로(박형신, 2025, 『감정은 우리의 먹기를 어떻게 틀 짓는가』, 한울), 『감성연구』 31. 서평 읽기
” 이 책은 ‘먹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개인의 미시적 감정 세계가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거시적인 가치정치로 확장되는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슬로푸드 운동이나 동물권리운동이 단순한 취향을 넘어 윤리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실천임을 밝힘으로써, 감정이 가치와 결합하여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힘임을 역설한다.
특히 이 책은 감정의 이중적 위치를 사유하게 한다. ‘불편함’이라는 감정은 강요된 감정 노동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혼밥’이나 ‘혼술’ 같은 새로운 생활양식을 추동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이 사회적 관계의 결과물이자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서 사회 동학의 핵심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는 통찰은, 이 책이 남긴 가장 중요한 학술적 성취일 것이다.”
소준철, 2024, 「개입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탁장한, 2024, 『서울의 심연』, 필요한책)」, 『창작과비평』 2024가을호. 서평 읽기
“쪽방촌에는 거주자, 건물주, 관리인 뿐만 아니라 정부와 거주자 사이를 연결하는 쪽방상담소, 거주자와 활동가의 사랑방, 목사와 거주자가 직접 연결되는 개신교회도 있다. 쪽방상담소와 사랑방, 개신교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쪽방촌 주민의 생활에 개입한다.쪽방상담소는 공공시설로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자원을 주민들에게 분배한다. 사랑방은 비영리 주민자치단체로서 주민활동가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구성해 공동의 사적 자원을 나눈다. 또한 개신교회는 신앙을 통한 종교공동체를 구성한다. 달리보면, 거주자와 건물주, 관리인 등은 쪽방촌 안의 세 주체의 개입과 관계를 맺어 이용한다. 쪽방촌에서 이뤄지는 서로 다른 개입은 저자의 말처럼 “빈곤 거버넌스(265면)”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연구자가 경험한 절대빈곤의 현장 쪽방촌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자신의 관찰에 기댄 ‘빈곤 거버넌스’의 주장은 쪽방촌이 작동하는 방식과 질서에 대한 중요한 설명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공적 개입 혹은 사적 개입의 역할과 방법에 대한 풍부한 논의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소준철, 2023, 「울면서 달려들어도 괜찮은 사회를 상상하기(조문영, 2022, 『빈곤과정』, 글항아리)」, 『시민과세계』 43. 서평 읽기
“『빈곤과정』을 읽으면 흘러간 록밴드 언니네이발관의 “울면서 달리기(2002)”란 노래가 떠오른다. 서글픈 마음이 들던 어느 날 “나를 잊은 그 거리를 이젠 울면서 달리네”란 부분을 “나를 잊은 이 세상을 이젠 울면서 달리네”로 바꿔 불렀던 날도 함께 떠오른다. 대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기댈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던 날이었다. 굳이 이 노래를 떠올린 이유란 이렇다. 세상이 나를 잊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면서 달려갈 또 달려들 곳이 필요하단 마음이 공명하는 기분이었다.『빈곤과정』은 내게 울면서 달려갈 만한/달려들어도 괜찮은 사회를 상상해보자는 제안으로 다가왔다.”
“빈곤을 마주하면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새로운 긴장이 무언지 날카롭게 벼려내는 책이며, 한국 사회서 잊혀지는 빈곤이란 ‘동거자’의 얼굴이 무언지를 꼼꼼하게 끄집어내는 품이 넓은 책이다. 사회학자 엄기호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책이라 보았던 “곁에서 쓴, 곁이 있는 글”이 바로 이 책 아닐까. 빈곤을 폭로하며 호소하기보다는 빈곤과 (다채로워진) 빈자의 곁에서 경청하는 사람의 응답이다. 그래서 적어도 울고 싶을 때 혹은 울면서 달려들 때 꼭 안아주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연구자들에게는 이 책이 더 소중할 것이다.”
소준철, 2023, 「복지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상상하기(조문영, 2022, 『빈곤과정』, 글항아리)」, 『사회와역사』 139. 서평 읽기
“빈곤 과정은 ‘빈곤’과 ‘빈자’를 고정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는 독특한 태도를 보여준다. 빈곤이란 하나의 단일한 상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물적, 담론적, 정동적 힘이 얽혀있고, 물적 결핍이란 조건과 가난에 대한 개인·사회·국가 차원의 인식과 감각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가 만들어 낸 경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으로 확장되며, 이는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빈곤 과정’을 포섭할 새로운 “조각보”인 하나의 ‘빈곤 레짐’의 핵심이다.”
소준철, 2022/7, “‘상호의존’이라는 희망(미노슈 샤피크, 2022, 『이기적 인류의 공존 플랜』, 까치)”, 웹진X 1(1). 서평 읽기
달팽이와 자본주의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성장한다. 달팽이는 스스로의 성장을 통제하지만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성장을 통제해야 한다. 예컨대 생명과 인간을 위한 사회계약이 무엇인지, 좋은 삶을 위한 노동이 무엇이며, 어떻게 평가하고 확산할지, 품위 있는 일상 생활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의 분배 체제는 어떻게 구축할지, 자본 권력과 토지 권력과 금융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무엇인지, 국가 간, 집단 간, 세대 간 연대를 위한 사회계약을 어떻게 갱신할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져야 한다. ‘생산성’이 아닌 ‘생명’이 중심이 되는 경제 체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의 탈성장성에 대한 논의를 비껴가며, 국가와 기업의 경제적 효율성을 기초로 개인의 안전망 구축과 공존을 논의하는 정도로 그친다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인류의 공존 플랜》은 인간에게는 서로가 의존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주장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다른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 역시 행복할 수 없다는 강력한 정언을 다시금 일깨우며, 사회계약이 인간의 다음 사회가 어떤 ‘플랜’으로 나아가게 될지를 정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알게 한다. 우리는 저자가 지구의 균형까지 고려한 자본주의 체제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제기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소준철, 2019, 「‘강남화’라는 방법과 그 가능성에 대하여 (박배균 외,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 투기지향 도시민과 투기성 도시개발의 탄생』, 동녘, 2017)」, 『도시연구:역사·사회·문화』 22. 서평 읽기
“앞에서 정리한 지은이들 각각의 발견은 ‘강남’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다음에서는 지은이들의 방법을 (1) 도시개발의 원리, (2) 도시 내부의 배치, (3)정체성의 이식과 영향으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가능성을 상상하고, 나름의 제언으로 (4) 미시적인 접근에 대한 고려를 당부하겠다.”
소준철, 2019, 「기록과 ‘소설들’을 포개어 서울을 다시 읽기 (송은영, 2018, 『서울 탄생기: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 푸른역사)」, 『사회와역사』 123. 서평 읽기 저자의 답 읽기
“서울은 중요한 텍스트의 배경이었고, 동시에 중요한 텍스트 그 자체였다. 더구나 서울에서의 정치적 사건이나 물리적 공간의 변화를 ‘관찰’하고 ‘정리’하며 도시의 맥락이 그려지지만, 동시에 개인의 ‘체험’과 ‘기억’을 통한 여러 해석이 엇갈리고 합쳐지며 또 다른 맥락이 만들어졌다. 여러 소설가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음악가들이 만든 도시의 새 의미다. 그렇기에 이제는 객관과 권위로만 서울을이해할 수 없으며, (학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서울은 늘 재해석되는 장소가 되었다.
…
이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갖게 된 성과를 짚어 보려 한다. 학계는 국문학과 역사학, 도시사, 문화연구의 경계를 넘는 ‘도시 서울’에 대한 계보를 획득하게 됐다. 이 책은 “위로부터의 도시계획과 아래로부터의 대중과 일상생활”의 계보를 엮어낸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뤄 낸 결과물이다. 게다가 정전으로 여겨지는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1-5권)>(한울아카데미, 2003)가 지닌 한계를 넘는 미덕이 있다. 손정목은 잘 알려진 대로 관료로서 활동한 경험과 수집가로서의 수집과 독해를 기초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1-5권)>를 썼고, 서울특별시의 도시계획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동시에 손정목 개인의 주관성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지은이의 책은 문학의 사실과 체험과 인식의 의미와 한계를 미리 짚어주고 있다. 즉, 지은이는 현대 서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현대 서울사람과 그 욕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라는 질문을 제시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
역사와 문학 사이를 헤매는 사회사 연구자 지망생으로 문학장에 대한 은근한 시기심이 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사회학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로 읽지 않고 자료로 읽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회학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폄하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라고 쓴 바 있다. 소설에 대고 “사회학적 인식이 덜됐다”고 사회학자들이 말했다지만, 그때의 사회학은 더 이상 읽히지 않는다. 김현의 말대로 살아남 은 건 문학이었다. 그래서인지 문학과 문학연구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과 뻑뻑한 시기심을 감출 수 없다. 더구나 도시와 일상생활을 이해한다며 손정목의 작업을 기둥으로 삼아 소설과 언론의 일부를 잘라 붙여 살을 만드는게 전부인 줄 알았던 처지에서, 서울이란 도시의 변화와 도시사람의 감각의 이동을 엮어 낸 지은이의 작업을 읽는 일은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배우는 일이기도 했다.
소준철, 2016/6, “또 하나의 빈자리를 보라(조한혜정 외, 2016, 『노오력의 배신』, 창비)”, 동국대학원신문 196. 서평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