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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일기”를 읽고 나서
누구의 일기인가 일기의 문제는 누구의 일기인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지암일기의 경우는 지암(支菴) 윤이후(尹爾厚)다. 이가 누군지 알아보자. 윤이후는 1636년에 태어나 169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윤선도(尹善道)의 손자이며 윤선도의 둘째 아들 윤의미(尹義美)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아들 윤두서에 따르면 “윤이후가 태어나기 10일 전, 부친이 사망하고, 태어난 지 5일 만에 모친 또한 절식(絶食) 끝에 남편을 따라 사망했다. 그래서 할머니인 윤선도의 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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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욕에, 그 첫날.
어제 오후엔 42가에서 62가까지 걸었다. M-Grid라 불리는 형태는 효율적이나, 거리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면 거리마다의 편차가 극명한게 다소 폭력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00년 묵은 도시 지하 어딘가엔 닌자거북이가 살고 있을 것 같다. 걷기 정말 좋은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적절한 온도에 얕은 바람이 살랑거렸다. 태평로 카페 어디에선가 “앞으로 또 언제 뵈려나요”라며, 아쉽게 헤어진 이 선생님을 만나러 나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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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목동힙스터의 골목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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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숭이 떼 사는 숲에서 산다
박제 하나가 남았다. 잃어버린 기억이 박제가 되어 나타났다 우악한 원숭이 떼 몇 마리가 성난 소리 내며 박제로 달려든다, 잃은 건 잊은 것이라며. 강포한 그 손아귀가, 그 욕된 손이 박제를 망가트린다, 사람살이에 욕된 마음만 던질 뿐이라며. 저 멀리 간 원숭이 떼의 거센 입 바람은 이 박제 하나만은 오니 남길 바란 내 바람을 휘이 날려버린다. 단 하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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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내적 독백(quoted monologue)
우리는 일기에 대해 일상적인 의미에서 연대기성과 개인적인 주관성과 진정성을 특성으로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일기라는 형식은 이 세 가지 특성을 고안하기 위해 창출된 독특한 글쓰기일까? 처음부터 세 가지 특성이 모두 일기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른 시기에 개별적인 특징들이 제기되었고, 시간을 거치며 일상적인 세 가지 특성이 ‘전형적인’ 일기의 속성으로 여겨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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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읽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박사과정 소준철 1. 들어가며 일기에 대한 이야기는 꽤나 적다. 연구자들에게 일기는 그 내용이 ‘사실적인 기록’이거나 ‘사실’을 보완하는 자료로써 사용될 때나 쓰인다. 그러나 보편적인 일기의 특징이나 그 구성의 특수성, 작성과 쓰임 등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다. 이 글은 일기를 하나의 사료로써 읽는 시도이다. 우선, 일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기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