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 풍문과 현장 사이에서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이 글은 2022년 11월 26일 한국문화연구학회 2022년 가을 정기학술대회 “리콜! 문화연구 -한국 문화연구에서 지식의 문제”의 “1부 문화연구에 있어서 분과 구분과 혼종성의 의미”에서 발표한 부족한 내용입니다. 사회학 분야의 교과서는 문화연구(혹은 문화사회학)에 있어 ‘문화’를 연구하는 일을 “사회와 관련한 문화를 이론화하는 것”이라거나 “사회적 총체성을 생각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J는 이 말이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사회학 전공자로서 ‘사회’를 이론화한다는 말과 크게 […]


  • (지루하고 힘빠지는) 아카이브즈 이용기

    학교 근처의 모 기록관. 공문을 보내면 수수료를 감면해 준대서 공문을 보냈더니, 딴 담당자가 전화해서는 “기관 대 기관의 공문이라 신청한 자료에 대해서만 무료로 열람이 가능하다”더라. 그래서 나는 “박사논문을 쓰는 중이고, 읽을 자료를 그걸로 한정할 수는 없다.”고 받아쳤다. 한참의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이, 피곤해, 왜 이렇게 가르치려 드는건지) 내가 그저 수수료 감면을 받으려고 이 공문을 보냈다는 걸 자각한 […]


  • 환경 구축과 비용 절감

    개인용 컴퓨터들의 하드디스크에 자료를 저장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 대의 개인용 NAS(시놀로지, Raid 미러링), 한 대의 업무용 NAS(WD My Cloud), 세 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동시에 굴리는 중이다. 업무 중인 자료는 클라우드 혹은 업무용 NAS에서 진행하고, 완료하면 개인용 NAS에 보관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개인용 NAS의 하드 한 개에 저장이 되는 건 아니다. (나와 학생들의 온갖 부끄러운 사진과 […]


  • 노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마음

    그래서 이 연구는 우선 문제를 풀 수 있는 요인을 찾는 것보다 불확실하고 불가사의한 여성노인의 생활을 그려보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사회적 문제로서의 여성노인이 아니라, 여성노인의 언어를 따라 그녀의 삶을 재구성하려 한다. 가령 “죽음은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죽는 것이 가장 잘 죽는 것 같다. 물론 약장수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라는 말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살펴보는 방식을 찾아볼 것이다. 그녀가 배우이든 박카스 할머니이든, 중요한 건, ‘그 일’의 문제적 성격이 아니라,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 “어떤 세계에 속해, 어떤 생활과 경험으로, 이런 사유를 가졌는지” 등을 바라보자는 문제를 우선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 “지방정부의 행정전달체계(광역-기초-동)을 통한 공공부조”의 경험적 관찰이자, 한 지역에서 지역 내부에서 (사회복지학적인 언어로는) “비공식적인 복지자원”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해석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즉, 한 개인의 생활을 톺아보며, 그녀가 속한 생활세계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여가

    “행복은 여가 안에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가를 갖기 위해 여가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천적 탁월성의 활동은 정치나 전쟁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이것들에 관련한 행위는 여가 만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관련한 행위들은 전적으로 그런 것 같다. 정치가들에 행위 또한 여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그래서 만약 탁월성을 […]


  • 어쩌면 역사는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다보니 역사가 주제다. 1월호 타이틀인 예언과 역사학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지 생각해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예언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하는 말’이라고 밝힌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의 계시를 전달하기 위한 예언(prophecy)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통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론해’낸다는 의미로 보면 역사는 예언(prediction)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라는 흔한 말이 맞는지, 인문과학이라는 역사학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자는 셈이다. 비록 [사회학 사전] (2000, 사회문화연구소)에서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성공적인 예측(prediction)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경험적인 지적을 모른 체하고 말이다. 이렇게 역사를 살펴본다는 건, 예언을 할 때 그 본보기를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사회학 사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공적인 예측이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작업과 나와 생계

    나는 연구자-지망생으로 크게 두 줄기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여기까지 나를 이끈) 주된 작업인 근/현대 책의 사회사이며,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호철 싸부와 원 싸부를 보며 주조한 도시와 일상과 ‘일반인’에 대한 궁금증이다. 뒤의 건 “도시와 도시인”에 대한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생애사와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의 조합이라고 할 수도 있고(도시에서만 살아 온 내 삶을 다시보는 작업이며, 떠난 마왕의 노래가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도 밝힌다). 간략하게 밝히고, 자세한 내용은 결과물이 나오면 공유하겠으니 저런 짓을 하고 있구나 정도로나 생각해주길 바란다.


  • 베버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직업윤리” 발췌

    우리는 종교적 사상을 ‘이념형적’으로 구성된 논리적 일관성의 형태로, 즉 역사적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역사적 현실에서 분명한 경계를 긋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그 현실의 가장 논리적으로 일관된 형태의 연구를 통해서만 그것이 역사적으로 끼친 특수한 영향에 접근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172쪽).


  • 고현학과 산책자

    세계의 문학의 작품이나 해석에 있어서 보편적 경험은 없다. 사실상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적 논쟁들은 “서구적 전통에 의해서 형성된 문화적 반응”에 불과하며, 보편적이라고 여겨온 것은 맥락의 분별없이 남용한 것으로 보아도 될 정도로 많다(권은, 2013, 11). 박태원은 작품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근·현대 문학에서 문제시 되는 작가다. 더군다나 보들레르 읽는 법을 통해 벤야민이 제시한 “산책자(flaneur)”라는 개념은 박태원을 이해하는 주요한 […]


  • 일기와 내적 독백(quoted monologue)

    우리는 일기에 대해 일상적인 의미에서 연대기성과 개인적인 주관성과 진정성을 특성으로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일기라는 형식은 이 세 가지 특성을 고안하기 위해 창출된 독특한 글쓰기일까? 처음부터  세 가지 특성이 모두 일기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른 시기에 개별적인 특징들이 제기되었고, 시간을 거치며 일상적인 세 가지 특성이 ‘전형적인’ 일기의 속성으로 여겨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