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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르지만 낯설지 않은 한 여성의 어떤 삶
이 글은 『걷고싶은도시』96호(2018 가을호)에 기고한 글이며, 일생활균형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 2016『지역 사회 직업경로와 조직문화 연구: 동남권 경제벨트 20-50대 제조업노동자 생애사를 중심으로』”에 수록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기초로 재구성하여 작성했습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웹에서의 가독성을 위해 각주를 제거한 상태이니, 더 정확히 읽고 싶은 분은 위 링크를 눌러 pdf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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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서울역 앞 풍경
#1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삼십여명 이상으로 보인다. 줄이 길다. 택시 승강장에 들어오는 택시가 없다. 어떤 아저씨들이 줄 선 사람들에게 와 “어디에 가”라거나 “어느 방향이세요” 혹은 “부천, 인천 가실 분”이라 말을 건다. 택시 호객꾼은 맨첫번째 횡당보도에서 택시 대기줄 사이를 오간다.흥정을 하고, 여기에 응한 사람들은 근처에 세워진 합승차에 타거나, 빈차 표시등을 끈 택시에 가서 탄다. 물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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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욕에, 그 첫날.
어제 오후엔 42가에서 62가까지 걸었다. M-Grid라 불리는 형태는 효율적이나, 거리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면 거리마다의 편차가 극명한게 다소 폭력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200년 묵은 도시 지하 어딘가엔 닌자거북이가 살고 있을 것 같다. 걷기 정말 좋은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적절한 온도에 얕은 바람이 살랑거렸다. 태평로 카페 어디에선가 “앞으로 또 언제 뵈려나요”라며, 아쉽게 헤어진 이 선생님을 만나러 나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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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폐지줍는 일을 하는 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북아현동에서 다른 빈곤을 보았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무언가를 생산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경쟁적인) 동사무소의 노인일자리 사업이거나 박스나 종이를 줍는 일이다. 간혹 장사끼가 있는 어르신들은 동네에 찾아오는 야채트럭 앞에 앉아 호객을 하거나 배달을 해주며 야채장수로부터 가끔 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네의 상당한 지역이 재개발되었고, 나머지 지역도 재개발이 된다 안된다는 말이 많았다. 재개발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여겨지지만, 자녀들에게 물려주거나 그간 살며 가진 빚을 갚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정작 가진 돈은 얼마 없다. 만약, 이주한 지역이 다시 재개발의 광풍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녀들은 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들은 폐지를 줍는다. 폐지수집 노인에 대해 일반적인 정의는 따로 없다. 눈에 보이는 대로 말하자면 폐지를 줍는 노인일테다. 하지만, 그/녀들이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반영한다면 “몸과(/혹은) 마음이 불안정한 처지로 인해 골목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파는 노인”이 정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빈곤이란 몸이나 마음이 불안정한 처지를 가리켜야 한다. 연구자로 나는 이런 빈곤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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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목동힙스터의 골목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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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소준철·서종건(2015),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 서울연구원.
며칠전 준철과 서종건의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서울연구원, 2015)이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전공 박사과정 소준철과 가톨릭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서종건의 공동 작업이었습니다. 서울연구원의 “작은연구 좋은서울”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부족한 연구이나 연구과제 가운데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압니다, 고쳐야 할 것과 미진했던 부분이 그득한 연구라는 걸요. 고로 날카롭고 따끔한 질책을 환대합니다. 다음의 연구에서 부족함을 점차점차 메우겠습니다. 이 연구를 계기로삼아 서종건과 소준철은 나름대로의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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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숭이 떼 사는 숲에서 산다
박제 하나가 남았다. 잃어버린 기억이 박제가 되어 나타났다 우악한 원숭이 떼 몇 마리가 성난 소리 내며 박제로 달려든다, 잃은 건 잊은 것이라며. 강포한 그 손아귀가, 그 욕된 손이 박제를 망가트린다, 사람살이에 욕된 마음만 던질 뿐이라며. 저 멀리 간 원숭이 떼의 거센 입 바람은 이 박제 하나만은 오니 남길 바란 내 바람을 휘이 날려버린다. 단 하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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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노인의 지역 내 자원의 흐름과 이용
연구 배경연구자는 2015년, 서울특별시 북서부 지역에서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서울연구원: 2015)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연구는 아현지역(마포구 아현동과 서대문구 북아현동, 충현동) 일대의 여성 노인 가운데 폐지수집 종사자의 일과 삶에 대한 민속지적 조사였으며, 재활용품 산업과 폐지수집 노인의 관계,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의 실태, 복지 관련 제도 그리고 노인들이 생각하는 ‘복지 지원 체계’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하였다. 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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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먹은 사람
2010/11/11 에 썼다는 문장들. 이곳은 별로 크지 않고, 깔끔하지도 않은 극장이다. 어딜 가더라도 눅눅한 냄새가 느껴지는 극장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극장보다 천 원이 싸고, 사람들이 얼마 없는데다가 극장 앞 노점에서 파는 문어 다리가 맛있다는 이유로 이 극장에 자주 온다. 극장 안은 고양이가 쥐를 모두 잡아먹은 후의 쥐구멍 속처럼 조용하지만, 노점들이 가득한 극장 앞 거리는 지나다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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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와 정신적 삶」
짐멜, 게오르그(2005), 「대도시와 정신적 삶」,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위 자료의 요약(2015). 현대의 삶에서 가장 심층적인 문제들은 개인이 자기 자신의 독립과 개성을 사회나 역사적 유산, 외적 문화 및 삶의 기술의 압도적인 힘들부터 지켜내려는 요구에서 유래한다. 이는 원시 인간이 육신의 실존을 위해 치러야 했던 자연과의 투쟁에서의 마지막 단계에 속한다(35쪽). 이 모든 것에는 동일한 근본 동기가 작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