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연구자지망생의 영업비밀

  • 크리스마스 인사와 2017년의 계획.

    크리스마스 인사와 2017년의 계획.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인사를 드릴 때면, 한때 신자였던 때가 생각나네요. 뭐 유별난 건 없지만 말입니다. 지난 일이라, 믿음과 신앙이라는 열정과 저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할 뿐이네요. 예수의 탄신을 축하하는 사람들과 세속의 열광이 어우러지는 묘한 상황이 재밌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비판을 지속적으로 가해도 이 상황이 유지되는게 말이죠! 지식노동자 말의 힘이라는게 참 별 거 아니기도 […]


  • 새벽 다섯시, 소리.

    통증 탓에 잠이 깼다. 담배를 한 대 태우겠다며 병동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내려왔지. 자그마한 의자에 앉아 새벽녘 사람들을 관찰한다.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리는게 새벽의 관찰법이다. 우선 몇 무리의 취객들이 보인다. “샌드위치”라 소리지르는 남자들, 뛰어다니는 남자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는 남자들이 보인다. 또 길끝에서 나타난 굽네치킨 배달용 택트에 남자 셋이 타고 내 옆을 지나간다(두 명은 […]


  • 아리스토텔레스의 여가

    “행복은 여가 안에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가를 갖기 위해 여가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천적 탁월성의 활동은 정치나 전쟁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이것들에 관련한 행위는 여가 만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관련한 행위들은 전적으로 그런 것 같다. 정치가들에 행위 또한 여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그래서 만약 탁월성을 […]


  • 어쩌면 역사는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다보니 역사가 주제다. 1월호 타이틀인 예언과 역사학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지 생각해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예언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하는 말’이라고 밝힌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의 계시를 전달하기 위한 예언(prophecy)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통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론해’낸다는 의미로 보면 역사는 예언(prediction)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라는 흔한 말이 맞는지, 인문과학이라는 역사학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자는 셈이다. 비록 [사회학 사전] (2000, 사회문화연구소)에서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성공적인 예측(prediction)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경험적인 지적을 모른 체하고 말이다. 이렇게 역사를 살펴본다는 건, 예언을 할 때 그 본보기를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사회학 사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공적인 예측이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작업과 나와 생계

    나는 연구자-지망생으로 크게 두 줄기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여기까지 나를 이끈) 주된 작업인 근/현대 책의 사회사이며,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호철 싸부와 원 싸부를 보며 주조한 도시와 일상과 ‘일반인’에 대한 궁금증이다. 뒤의 건 “도시와 도시인”에 대한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생애사와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의 조합이라고 할 수도 있고(도시에서만 살아 온 내 삶을 다시보는 작업이며, 떠난 마왕의 노래가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도 밝힌다). 간략하게 밝히고, 자세한 내용은 결과물이 나오면 공유하겠으니 저런 짓을 하고 있구나 정도로나 생각해주길 바란다.


  • 떠난 자와 남은 자

    떠난 자에게 명복을 빈다. 남은 자들이 이대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그런 일이 벌어졌다.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는데라는 보기만 해도 슬픈 사람들의 마음을 놓고 머리를 굴려봤다. 나는 내 몸으로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경험들과의 친화성 정도로나 (오만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위험한) 판단’을 내린다. 뭐 이런 생각이 나를 지독할 정도로 괴롭히는 하루다. 누군가와 […]



  • 동종업자 찾기

    사회학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조금 더 많다면, 각 학교의 사회학과-역사를 읽는 모임을 하나 해보고 싶다. ‘서울대 사회학과 몇 년 사’니 ‘연대 사회학과 몇 년 사’, 뭐 이런 발간물들이 있는데…(두 학교 뿐인가…) 어쨌거나 이런 책들에 각 학교 교수들의 정년퇴임집같은 걸 뒤지면서, 한국에서 분과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이 어떻게 ‘태동’하여 세를 떨치다가 (사회학 자체의 한계를 극명히 보이는 함축한 표현인) 망하고 […]


  • 나는 원숭이 떼 사는 숲에서 산다

    박제 하나가 남았다. 잃어버린 기억이 박제가 되어 나타났다 우악한 원숭이 떼 몇 마리가 성난 소리 내며 박제로 달려든다, 잃은 건 잊은 것이라며. 강포한 그 손아귀가, 그 욕된 손이 박제를 망가트린다, 사람살이에 욕된 마음만 던질 뿐이라며. 저 멀리 간 원숭이 떼의 거센 입 바람은 이 박제 하나만은 오니 남길 바란 내 바람을 휘이 날려버린다. 단 하나인 […]


  • 4.16

    다시 4월의 그날. 생생한 기억, 그 날 아침의 나, 호들갑스러웠던 테레비와 말을 둘 곳 없던 교실, 말없는 사람들과 말을 잃은 사람들, 거두지 못한 아이들, 거둘 수 없는 마음.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