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그럼에도 치열한 방역 현장에서, 삶을 지탱하려 애쓰는 일터에서, 도움을 뻗는 연대의 손길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책은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가장 큰 신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의 ‘쓸모’를 귀하게 여긴 독자들 덕분에 올해 책 판매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0년을 떠올리는 단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 경향신문 ‘책과삶’ 등을 통해 소개한 책 중 10권을 골라봤습니다. 책을 통해 오늘 한국 사회의 화두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해외 석학부터 국내 저자들까지 공정과 불평등을 진단한 책들이 주목받았습니다. 한국 사회 중심 의제로 부상한 페미니즘과 퀴어에 관한 책들과 더불어 장애를 사유하는 책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학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SF소설은 한국문학의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탈리아 소설가 파올로 조르다노는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서 이 역병의 시기를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으로” 활용하자고 말합니다.
“날 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
그 옆에는 읽는 기쁨을 주고, 마음을 위로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난의 문법
소준철 지음 | 푸른숲
‘45년생 윤영자’의 가난 밀착 보고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여성 도시 노인의 생애사를 통해 한국 사회 가난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가상의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해부하며, ‘가난’의 구조를 해부한다. 윤영자의 가난은 그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시대의 변화 과정에 휘말린 결과다. 노인의 소득과 일자리, 경로당과 종교시설 등을 매개로 한 인간관계, 도시에서의 나이듦 등 노인의 삶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책에 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45년생 윤영자>가 될 것 같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사회과학 연구서를 떠올리게 했다면, <가난의 문법>은 사회과학 연구에 서사를 병치해 도시 말단의 ‘가난’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세세하게 인식하고, 해결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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