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록과 ‘소설들’을 포개어 서울을 다시 읽기

읽은 책: 송은영(2018), “서울 탄생기“, 푸른역사.

“서울은 중요한 텍스트의 배경이었고, 동시에 중요한 텍스트 그 자체였다. 더구나 서울에서의 정치적 사건이나 물리적 공간의 변화를 ‘관찰’하고 ‘정리’하며 도시의 맥락이 그려지지만, 동시에 개인의 ‘체험’과 ‘기억’을 통한 여러 해석이 엇갈리고 합쳐지며 또 다른 맥락이 만들어졌다. 여러 소설가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음악가들이 만든 도시의 새 의미다. 그렇기에 이제는 객관과 권위로만 서울을이해할 수 없으며, (학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서울은 늘 재해석되는 장소가 되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갖게 된 성과를 짚어 보려 한다. 학계는 국문학과 역사학, 도시사, 문화연구의 경계를 넘는 ‘도시 서울’에 대한 계보를 획득하게 됐다. 이 책은 “위로부터의 도시계획과 아래로부터의 대중과 일상생활”의 계보를 엮어낸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뤄 낸 결과물이다. 게다가 정전으로 여겨지는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1-5권)>(한울아카데미, 2003)가 지닌 한계를 넘는 미덕이 있다. 손정목은 잘 알려진 대로 관료로서 활동한 경험과 수집가로서의 수집과 독해를 기초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1-5권)>를 썼고, 서울특별시의 도시계획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동시에 손정목 개인의 주관성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지은이의 책은 문학의 사실과 체험과 인식의 의미와 한계를 미리 짚어주고 있다. 즉, 지은이는 현대 서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현대 서울사람과 그 욕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라는 질문을 제시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역사와 문학 사이를 헤매는 사회사 연구자 지망생으로 문학장에 대한 은근한 시기심이 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사회학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로 읽지 않고 자료로 읽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회학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폄하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라고 쓴 바 있다. 소설에 대고 “사회학적 인식이 덜됐다”고 사회학자들이 말했다지만, 그때의 사회학은 더 이상 읽히지 않는다. 김현의 말대로 살아남 은 건 문학이었다. 그래서인지 문학과 문학연구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과 뻑뻑한 시기심을 감출 수 없다. 더구나 도시와 일상생활을 이해한다며 손정목의 작업을 기둥으로 삼아 소설과 언론의 일부를 잘라 붙여 살을 만드는게 전부인 줄 알았던 처지에서, 서울이란 도시의 변화와 도시사람의 감각의 이동을 엮어 낸 지은이의 작업을 읽는 일은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배우는 일이기도 했다.

서평 읽기 DOI : 10.37743/SAH.123.7

저자의 답 읽기 DOI : 10.37743/SAH.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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