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걷고싶은도시』 100호에 실렸습니다.
소준철 (걷고싶은도시 편집위원)
내가 읽은 첫 『걷고싶은도시』는 2017년 봄호였다. 그때 나는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회원이 아니었고, 편집위원도 물론 아니었다. 어떤 자리에서 편집위원장 안현찬을 알게 되었고, 그는 “노인과 도시”라는 2017년 봄호의 특집에 내 글을 한 편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내 입장에서는 낯선 시민단체와 낯선 기관지였다. 그러다 편집위원장이 기관지를 만드는데 같이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해왔고, (지금 생각하면 대체 무얼 믿고 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들 모두가 동의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해서 2017년 여름호부터 편집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따져보면 나는 2017년과 2018년에 발행된 8권에 2019년에 발행된 2권까지 총 10권을 읽은 셈이다. 나는 기껏해야 10권을 읽었지만, 회원들 가운데 누군가는 99권을 고스란히 받아들고 읽었을 테고, 또 어떤 누군가는 그보다 적은 수를 읽기도 했을 것이다. 모두가 각기 다른 수의 잡지를 읽었을 텐데, 그럼에도 모두에게 공통점은 있다. 『걷고싶은도시』가 기관지인 만큼, 독자 모두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즉, 우리가 도시연대라고 부르는 이 시민단체의 회원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렇기에 100호를 ‘기념’하며 지난 1~100호의 지난 잡지들을 돌아보는 일이란 몇 권의 기관지를 읽었든 간에 기관지와 우리 도시연대의 지난 시간을 기념하는 일이다.
그럼 『걷고싶은도시』와 도시연대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도록 하겠다. 이 내용은 뒤의 편집위원장 안현찬과 편집위원 최성용의 글에서 더 자세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테니, 이글에서는 『걷고싶은도시』의 개략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삼기로 하겠다. 미리 말하자면 『걷고싶은도시』가 100호까지 나오기까지 1996년 『시민교통』의 시기, 『걷고싶은도시』의 창간 이후 도시연대의 주요 조직의 소식지였던 시기(1998~2001), 사무처와 객원기자의 기획체제 도입기(2002~2004년), 격월간지의 안정적인 체제(2005~2014), 계간지 체제(2015~현재)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민교통』(1996)에서 『걷고싶은도시』(1998)로의 변화를 우선 살펴보자. 『걷고싶은도시』는 1998년 처음으로 발간된다. 그렇지만 이 잡지를 맨 첫 번째 기관지로 볼 수는 없다.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전신인 시민교통환경센터에서 낸 첫 잡지가 바로 『시민교통』이다. 계간지로 발간되었는데 제호가 독특하다, “창간준비 X호”. 창간준비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네 번만 나오고는 발행이 중단됐다. 한 해가 지나 1997년에는 별다른 기관지가 발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1998년 7월이 되어 우리의 『걷고싶은도시』(1998/7·8월호)가 “창간호”란 제호로 발행됐다. 왜 그랬을까? 1997년에 발행이 안 된 이유는 시민교통환경센터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로 단체의 이름을 바꾸며 생긴 영향 때문으로 여겨진다.
둘째, 『걷고싶은도시』의 1998년 창간 당시부터 2001년까지 주요 조직의 소식을 전하던 시기를 살펴보자. 앞서 말한 대로 『걷고싶은도시』는 1998년 창간호부터 격월간호로 발행됐다. 1998년부터 2000년대까지 다룬 특집 주제는 다음과 같다: “인사동”(1호, 1998년 7·8월호), “보행조례”(2호, 1998년 9·10호), “주민참여에 대하여”(3호, 1999년 1·2월호),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의 주민참여, 내가 생각하는 걷고 싶은 도시”(4호, 1999년 3·4월호), “장애가 없는 도시만들기”(5호, 1999년 5·6월호), “우리에게 길이란”(6호, 1999년 7·8월호), “서울시의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사업에 대하여”(7호, 1999년 9·10월호), “도시공동체 실현을 위하여”(8호, 1999년 11·12월호), “새 즈믄해의 도시, 희망찾기”(9호, 2000년 1·2월호), “수도권 신도시 무엇이 문제인가”(10호, 2000년 11·12월호), “도시와 광장”(11호, 2001년 3·4월호).
“권두언 – 칼럼 – 특집 – 진단 – 사람과 도시 – 도시이야기”가 이 시기 구성의 주요한 골자고, 여기에 1999년 5·6월호부터는 “지역의 숨소리” 코너를 마련해 도시연대의 지역 활동 소식을 전한다. 해당호의 “지역의 숨소리” 코너를 살펴보면 도시연대 일산모임의 윤인숙이 “일산에서 자전거 타기”를 기고하고, 인사동 지역의 역사문화 탐방과 어린이 프로그램, 인사동 사랑방토론회 소식을 전하고, 중림동 충정 1-3지구 재개발공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송도영(현재 한양대 교수)의 “제3세계 도시 산책” 코너가 운영됐다. 그러나 2000년 1·2월호 이후 『걷고싶은도시』 발행이 멈췄다. 같은 해 11·12월호가 나왔고, 다시 몇 달을 멈춘 후 2001년 3·4월호가 나왔다가 다시 발행이 멈췄다. 이 시기 『걷고싶은도시』의 특징은 당시 도시연대의 다양한 회원모임의 소식을 전달하는 매체였다는 점이다. 그 시기에 운영하던 모임은 (1) 시민교통환경센터, (2)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3) 도시연대 일산모임, (4) 공익소송센터, (5) 시정지기단, (6) 도시연대 연구실로, 해당 모임에서 글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셋째, 『걷고싶은도시』가 격월간지로 안정적인 발행이 이루어진 시기는 2002년 5·6월호에서 2004년까지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객원기자의 취재와 편집을 기초로 발행됐다. 당시 글을 실었던 객원기자는 총 여섯 명으로, 주현희, 김보람, 홍정기, 최성용, 조지선, 정선희다. 2002년에 인상적인 점은 현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최성용(12호)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연재를 해 온 이호정(12호)의 등장이다.
그리고 이전의 사무처 소식을 전하는 방식에서 사무처와 특집기자에 의한 기획방식으로 잡지의 구성이 변했다. “특집 – 다니기 편하세요? – 이철호의 마을이야기”를 주된 꼭지로 두고, “사무국 인사”, “강병기와 함께 보는 우리 그리고 도시”, “도시스케치”, “도시 고발”, “서평”, “살맛 나는 도시를 위하여”, “도시연대 소식”, “회원 마당”, 가로세로 낱말 퀴즈“ 등을 사이사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 당시 다뤄진 특집은 다음과 같다: “노점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12호, 2002년 5·6월호). “어린이 통학로를 보행자 우선 도로로”(13호, 2002년 7·8월호),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광장만들기”(14호, 2002년 9·10월호),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 놀이터”(15호, 2002년 11·12월호), “우리는 모두 세상의 주인”(16호, 2003년 1·2월호), “청소년 교통학교는…”(17호, 2003년 3·4월호), “자전거가 가는 길”(18호, 2003년 5·6월호), “길을 건너자, 힘차게, 당당하게, 편안하게”(19호, 2003년 7·8월호), “한평공원의 의미찾기”(20호, 2003년 9·10월호), “2003년 축제를 돌아보다”(21호, 2003년 11·12월호), “뉴타운 시범사업의 현주소”(22호, 2004년 1·2월호), “피맛골, 골목길에서 소통하자!”(23호, 2004년 3·4월호), “서울광장, 열린 것인가”(24호, 2004년 5·6월호), “서울시, 도심부 관리를 포기하는가”(25호, 2004년 7·8월호), “2004년 도시연대 주요 사업을 소개합니다”(26호, 2004년 9·10월호), “무장애 도시를 시작하자”(27호, 2004년 11·12월호).
넷째, 『걷고싶은도시』(2005~2014)의 특징은 『걷고싶은도시』가 “갈등, 소통 그리고 공존의 이야기”를 싣겠다고 표방한 점이다. 당시 운영위원장인 김기호는 2005년 1·2월호의 칼럼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갈등”으로 “이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화합의 한마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광장 뿐만 아니라”, “길이 바로 사람들의 중요한 생활공간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기관지의 개편에 있어 실질적인 권두언의 역할을 했던 글로 여겨지는데, 기관지의 성격이 마치 도시와 주거지를 만들 듯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를 담는 그릇”이 되길 바랐던 당시의 바람이 전해진다.
구성을 살펴 보면 “특집 – 칼럼 – 이 도시를 걷다(이호정) – 도시스케치(김정대) – 공간의 도시(최성용) – 회원탐방 – 회원마당 – 사무국은 지금” 등을 골자로 여기에 다양한 글이 더해졌다. 따져보면 2002년부터 이어져 온 최성용과 이호정의 글이 주축이 되었고, 2006년부터는 김정대의 연재가 이뤄졌다. 운영에 있어 앞서 시도한 객원기자 체제가 보다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편집후기를 보면 최성용(이후 간사, 부장 등을 역임), 김지연(2005~2006), 안인섭으로 객원기자의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각 기자가 연재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사무국의 김은희, 박승배, 맹기돈, 최성용 등이 번갈아 가며 도시연대 회원을 만나 꾸린 ‘회원탐방’ 코너를 꾸리고, 회원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실리게 애를 썼다. 표지는 2005년에서 2010년 같은 디자인으로 나왔고, 2011년 한 번의 리뉴얼을 거쳐 2014년 1·2월호까지 발행됐다. 그러나 2014년 3월 다시 발행이 멈췄다.
다섯째, 2015년 『걷고싶은도시』가 다시 발행됐다. 새로운 시기의 기관지는 계간으로 발행되고, 온라인 뉴스레터인 <도시연서>와의 이원화를 통해 체제를 바꾸었고,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획을 도맡는 방식으로의 변화였다. 여기에는 사무처의 상근자와 객원기자를 역임한 회원들의 활동이 어려워지고, 기관지 업무를 사무처가 홀로 맡기 시작하자 발행에 차질이 생겼다는 사정이 있다. 격월간이었던 이전과 달리 계간지로 발행됐고, 이전의 사무처 소식은 온라인 뉴스레터인 도시연서를 통해 발송하고, 계절별로 주요한 이슈를 묶어 내는 계간지로 발행해 나갔다. 구성은 “편집장입니다 – 특집 – 고정칼럼(도시스케치, 시선과 관심(보행·마을만들기·생활문화), 여행하는 삶과 사람, 아빠와 만드는 마을만들기, 매체와 도시)”으로 크게 간결해졌고, 현재까지 이 틀이 유지되고 있다.
특집의 구성을 살펴보자. 2015년에는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다뤘고, 그 내용은 “규제완화와 일상생활”, “마을을 팔아먹자”, “메가프로젝트 여전한가 새로운가”, “도시이용티켓”를 다루고 있다. 2016년에는 지역으로 관심을 돌려 “마포”, “인천 배다리”, “진안”, “영도”을 다뤘고, 2017년에는 사회적 집단을 대상으로 “노인과 도시”, “호모 나이트쿠스와 도시”, “반려동물과 도시”, “중국동포와 도시”를 다뤘다. 그리고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의 계획으로 도시재생을 다뤄보기로 했다. 그래서 “같거나 다르거나 세운×용산”, “조선×통영”, “가게×군산”, “대학×안암”을 다뤘지만, 편집위원들의 피로도로 인해 2019년 봄호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는 2018년 겨울호에 실린 “편집장입니다”에서 밝힌 대로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내용으로 특집을 구성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분명 존재한다. 돌아보건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사정을 드러내고 논의를 나누기 힘든 사회적인 구조가 작동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해 2019년 여름호부터는 사회적 이슈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다시 변경했고, “인천 내항, 시민 참여는 열리는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다뤘고, 이번 100호에 다다랐다.
한 권의 잡지를 내는 일은 편집위원회와 사무처, 그리고 디자인과 인쇄를 맡아주는 SNA커뮤니케이션즈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물론 연재기사를 때에 맞춰 보내주는 훌륭한 필자와 기고에 응해준 감사한 필자들의 덕분이기도 하다. 『걷고싶은도시』가 발행되는 최근의 과정을 소개하는 것 역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일지 싶어 과정을 소개하며 마무리를 해보려 한다. 편집위원은 한 권의 기관지를 내기 위해 두 세 번의 기획회의를 진행하고, 한 번의 교정·교열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 사무처에서는 때마다 편집회의를 돕고, 원고를 수합하고 배분하고, 디자인과 인쇄 과정을 담당하고, 배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100호를 준비하는 과정만 하더라도 9월 19일 가을호의 최종적인 점검과 함께 100호의 대략적인 기획안을 내놓았다. 여기에서 100호의 특집 주제 선정과 기획 방향을 어느 만큼 설정하고, 10월 14일 100호의 기획회의를 진행했다. 특집의 원고를 청탁하고, 고정칼럼의 연재 여부를 확인하고, 10월 28일 100호 출간을 기념하는 독자위원과의 공동 기획회의(?)를 가졌다. 이후 원고의 마감 기일인 11월 15일이 되면 원고를 수합하고, 미처 받지 못한 글을 받아 편집위원들의 교정·교열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SNA커뮤니케이션즈에 원고를 발송하고, 잡지의 형태를 갖춘다. 12월 2일이 되면 최종적인 검토를 하고, SNA커뮤니케이션즈에 최종적인 수정을 요청하고 12월 말이 되면 기관지가 발행된다. 기관지가 모두 도시연대 사무처에 배달이 되어오면 사무처에서 하나씩 봉투에 넣고, 주소가 인쇄된 라벨지를 봉투에 붙인 후, 담당 간사가 차에 기관지를 가득 싣고 우체국으로 달려가 회원들에게 발송한다. 사실 이 과정은 비단 편집위원회가 구성된 2015년 이후의 일 뿐만은 아닐테다. 이전에는 객원기자들이 이 자리를 대신했었고, 사무처와 SNA커뮤니케이션즈와 같은 외부의 협력자가 늘 함께 했다. 백번 정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 셈이다. 앞으로도 이 과정이 반복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한 권의 『걷고싶은도시』가 어떤 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점을 모을 수 있길, 여러 권의 『걷고싶은도시』가 모여 공간과 주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매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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