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B에 구직 광고를 올렸다. 한 친구는 힙하다고 한다. 세련된 구직 시도라 말한다. 솔직히 말했다, 급했다고. 부탁할 이가 없어서 다중이 보는 FB에 올린거라고 말이다. 열흘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데서도 연락이 없다. 다시는 올리지 않을거다. S가 보길 바라며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바꾸긴 했는데, 이짓도 그만 해야겠다.
#2
M이 말했다, 잘 될터니 걱정하지 말라고. 같은 날 저녁 한 시사주간지 기자로부터 메일이 왔다. 노인에 대한 연구를 잘 읽었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다고. 나는 빈 지갑 생각부터 났다. 노동하지 않는 내 처지에 누군가의 노동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게 마땅한 일인지, 따위의 멋진 생각은 아니었다. 그 일이 돈이 되는지 안되는지, 이 생각부터 였다. 남는 건 허울 좋은 단기간의 명예 뿐이지,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허울 좋은 입소문 하나 때문에 거절하지 못 했다. 결국 돈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일인데 승락했다. 내 처지가 우습다. M을 걱정시켜 미안하다.
#3
책을 읽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하이브레인 넷과 서울시 일자리 사이트만 뒤졌다. 일요일이라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을 걸 알면서도 뒤졌다. 쓸데없는 짓인데, 또 이렇게 보냈다.
#4
혼자서는 할 만한 일이 없다.
#5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야겠다. M은 몇 가지 길을 일러줬다. 지독하게 싫어하는 학사 때의 전공을 이용해 자격증을 한 두 개 따놓을지 고민이다.
#6
M이 통계 기술을 알려준다고 했다. 여러모로 고마운 사람이다. 같은 처지(?)로 나보다 한 발 먼저 나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그저 그가 선례를 잘 만들어 주길 바란다. 새 해에 M과 함께 작업할 수 있길 바란다. 같이 작업을 해야 무언가 같이 해보자는 10년간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7
O는 일을 그만두고 N으로 떠났다. 1년만에 돌아와 공단 시험을 보았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무어든 해보겠다며 사라졌다가 오랜만에 오늘 연락이 닿았다. 한참 한으로 남은 소설가되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한숨이 나왔지만 참았다. 나는 O에게 응원한다고 말했다. 사실은 잘 실패하길 바랐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역시 크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실패를 바라기도 했다. 실패의 가능성을 더 크게 안고 있다고 말하니 차마 말로 뱉을 수는 없었다. 이 말을 듣고나서 그저 잘되길 바란다는 마음만 남겨 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잘 되거나 실패하거나, 고저 평탄히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정도만 가져야겠다.
#8
H라는 연구자가 한국인을 두고 한 대신에 청승과 흥의 성격으로 보아야지 않겠냐 말했다. 일리가 있다는 단편의 판단이 든다.
“노랫말들을 직접 연구해보니, ‘한’보다는 ‘청승’이라는 개념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청승은 사전에서 “궁상스럽고 처량하여 보기에 언짢은 태도나 행동”이라고 정의하는데, ‘궁상스럽고 처량하다’는 부분이 의외로 노랫말의 정서와 어울린다. 다만 ‘청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요즘 노래에는 특히 즐겁고 발랄한 것이 많다. 이런 노래의 정서를 대표하는 데에는 ‘흥’만큼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신바람’, ‘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36347.html)”
노래가사를 모아 형태소 분석을 진행했다고 한다. 방법을 익히는게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9
노인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K기자에게 다음의 내용을 적어 보냈다.
“괜찮습니다. 저도 정답을 모르는 처지라 고민과 대화를 해보자는 제안이 더 좋군요. 1) 여성 노인의 취약성, 2) 연구의 사연, 3) 진입 계기, 4) 위험한 구조, 이런 단어들로 정리가 되겠네요.
착잡한 이야기들 뿐이긴 합니다만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이 즈음(겨울 그리고 명절에) 비슷한 논조의 보도가 이루어진다는게 참 딱한 우리네 실정이네요. 뭐 보도의 무용함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몇 년간의 기사를 쭉 훑으면 폭력의 강도가 세어지는 보도들이 더해져서 마음이 착잡해서요. 이제는 교통사고 정도가 아니라 (기자님께서 언급하신 사건처럼)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이네요. 노인과 청년의 문제가 이어지는 기묘한 상황은 아닌지 고민입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연구 역시 진행 중입니다만, (착각이겠습니다만) 사회가 거대한 80년대 수용소와 같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한 요즈음이거든요.
설이 길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드리면 될까요?”
내일 만나기로 했다. 작업비가 없어 추가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분야라 조심스럽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를 바랐는데, 사회의 쓸모가 내 쓸모와 맞지 않아 고민이다. 허긴 잘 모르며 떠드는 처지라 그런 걸 수도있다. 학위를 받으면 해결될 문제일지, 궁금하다.
#10
강사법으로 계가 시끄럽다. 계 전체라기 보다 이해당사자인 시간강사와 후속 세대로 불리는 우리 정도고, ㅂㅌㅎ처럼 떠들어봤자 학교의 눈치를 보며 폼을 잡는 정도다. J의 말대로 교육 기능을 거세당한 연구자, 다르게 말하자면 대학원생 가운데 극소수만 강사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대개는 학교에 남을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다. 강사법은 강의를 가지는 일부에게만 (불확실한) 진로 고민을 허락하고, 그 바깥 사람들은 자연스레 도태되게 하는 제도라는 소문이 돈다. 나는 어디에 속할까. 일부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해야하나, 아니 할 수나 있을까? 답답한 상황이다. 진로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
#11
머리를 자르는데 수습 디자이너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냐 묻더라. 나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게 영화를 보고 퀸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노래는 이미 알고 있던 노래라고 신기하다 말한다. 심지어 We will rock you는 따라 불렀다고 말이다. 나는 어릴 적 퀸을 좋아해서 영화를 안봤지만 어느만큼 안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진짜 덕후이신가 봐요,라 말하더라. 머큐리와 메이에 대해 몇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내게 해박하다 말했다. 옛날 기억 정도라 말했다. 딱히 재미있는 대화는 아니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 퀸을 지금처럼 기억할까? 잘 모르겠다. 다른 영화를 보면 또 관심가는 주제가 바뀔테고, 그런 경우가 몇 차례 지나면 잊지 않을까? 차라리 그 이후부터 떠든 카시오페아 시절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본인이 공들여 살아 온 이야기니까. 어쨌거나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와 제일 싫어하는 멤버 둘만이 동방신기에 남았다는 착잡한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