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싶은도시」 2018년 여름호 기획의 변

「걷고싶은도시」의 2018 여름호에 게재한 “기획의 변”입니다. 

 

이번 편집회의 역시 시끄러웠다. 지난 “용산x세운” 특집에서 겪은 피로와 한껏 달아오른 도시재생 사업의 열기, 웹에서 일어난 관련자들의 다툼, 뻔한 말과 약속 사이를 오가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 이러한 것들 때문인가, 특집 주제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도시가 쓰러지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누군가 통영에 가봐야 한다 제안했고, 위원들은 제각기 웹을 뒤져보더니 “통영, 좋아요”라며 손을 들었다. 편집회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배가 쓰러지니 어서 회사로 들어오라는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이 문장이 떠올랐다. 이혁진의 소설인  『누운 배』(한겨레출판, 2016)의 첫 문장이다. 한 편집위원의 통영에 가보자는 제안이 마치 소설 속의 전화 같았다. 쓰러지니 가보라는 전화 말이다. 소설 속 회사의 회장은 “배를 일으켜 세우겠다”거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그럴싸한 선전들을 말했다. 통영을 비롯해 도시재생을 빌미로 한 선전들 역시 많았다. 내 판단이 틀리길 바란다. 어쨌거나 편집위원들은 통영에 다녀왔고, 이번 「걷고싶은도시」는 여느때와 같이 섣부른 대책과 평가보다 지금 여기의 사태를 담기로 했다.

통영의 경제적 사정은 쓰러지는 중, 아니 쓰러진 상태다. 초치는 소리가 아니라 지역에서 쇠퇴의 정도에 대한 체감이 크다는 말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할지 모른다. 따져보면 통영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되묻는 건 당연하다. 관광과 남해를 품은 수산업을 먼저 떠올릴 테다. 강구안과 동피랑 벽화마을과 케이블카, 한려수도와 같은 관광명소고, ‘굴하면 통영, 통영하면 굴’이 떠오르는 꽤나 오래된 수산업의 도시로 기억하는게 보통이다. 문제는 관광객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면에 있다. 알고보면, 통영은 동남해안의 거대한 조선업 벨트의 일부로 중·소형 조선사가 밀집한 중공업의 도시다. 역사도 꽤 길고 규모도 작지 않다. 여기에 문제가 생긴거다. 대표적인 중형조선사인 신아SB가 파산했고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래서 실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 됐다. 조선업에 연동된 제조업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왔던 서비스업은 위기 상황이다. 지금 여기의 명확한 현실이며, 관광객에게 들키지 않았을 뿐 심화되어 온 침체다. 그렇지만 우리는 통영이 쇠퇴(decline)했다고 낙후됐다고 선언하려는 건 아니다. 축소도시의 하나라는 시야에서 살펴 볼 뿐이다. 억지로 이유를 조작하지도 않을테고,  개인의 먹먹함을 근거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생각도 없다. 차라리 이 상황을 사람의 생로병사처럼 모든 도시가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럴 수도 있다”고, “이제부터 무언가 해보자”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그래서 여느때보다도, 이번 특집은 ‘기초’가 되는 자료와 각자의 ‘고민’과 ‘방법’을 담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부딪히고, 어긋나는 지점도 몇 있다. 그저 강조하고 싶은 건 있지만, 강요하려는 건 없는 기획이다. 더 나아가 통영을 비롯한 도시와 도시민의 처지를 비춰볼 수 있는 반듯한 거울이길 바랄 뿐이다.

 

 

Junchol Kim So

도시 연구자, 서울을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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