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괴로웠지요. “가톨릭대라 죄송합니다.” ‘상위권’ 대학(원)으로 학벌세탁 안 하고 (전)성남 시골, (현)비싸진 판교에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다녀 ‘더’ 죄송합니다”, 라 말해야하는가 싶었던 사건들이 소소하게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의 사유를 물으면 “한중연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라 말했지요. 돌아오는 건, “로만틱”, “아이디얼”, “착하다”니 “의지가 있는” 따위의 형용사, 그리고 걱정스럽다는 듯 “물정을 모른다”니 “세상이 녹록치 않다”며 “분발”의 요구였지요. 따져보면 나를 위축시켰던 건 세상이 아니라 ‘당신들’이었어요. (그래놓고 어디가서 학벌주의니 어디 판이라고 투덜대며 말하지 말아요.) 당신들도 나빴고, 나빠요.
‘인서울’을 해본 적이 없지요, 내 삶에 필요 없다면 안해도 되잖아요? 바꿀 수도 없는데 죄처럼 안고 살아야 하나요? 당신들한테 “어디 출신인데 괜찮아”라는 말 들으려고 공부하는게 아니구요. 당신들과 같이 작업 하지 않을거예요. 마음이 힘들어서 싫어요. 나는 내가 존경하는 작업자들과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작업하려고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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