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기] 츠루하시 어슬렁거리기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도시연서” 2018/3에 기고한 관찰기(여행기)입니다. 바로가기

 

‾개요

 • 작성자: 소준철

• 가본도시: 일본 오사카 츠루하시 (大阪府 生野区 鶴橋)

 • 날짜: 2016년 1월 4일 – 2016년 2월 27일 중 어느 날

 • 날씨: 0-10도를 오가는 기온, 대체로 맑은 날, 종종 비가 내림

  • 동반자: 없음

 • 교통수단: 자전거를 구입했음. 멀리 갈 때는 전철 이용.

 • 숙박: 히로’s 게스트하우스 (大阪府 生野区 桃谷 4丁目 9-7)

 • 이날의 컨셉: 츠루하시(鶴橋) 어슬렁거리기

 

‾일정

07:30 – 09:00

어느 일요일, 츠루하시 골목에 트럭 엔진 소리와 무슨 뜻인지 모를 함성이 울렸다. 무슨 일인지 몰라 베란다로 나갔다. 골목에 확성기가 실린 트럭이 지나는 중이었다. 나는 별일 아니겠지 싶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아직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은 출근하지 않았고,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을 청했다. 9시쯤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니 주인장이 앉아있었다. 인사를 하고 아침 골목의 트럭 정체를 물으니 얼굴이 붉어진다. “헤이트스피치”였다며, “자이니치들은 일본을 떠나라”는 말과 “남는 자이니치는 죽인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한다. 나는 그에게 잦은 일인지 물었다.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지구의 한 사람일 뿐, 그렇게 생각하며 산다”고 말하더라. 마음이 복잡한 아침이었다.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거니 화가 잔뜩 나있더라. 온 동네가 화난 아침이었다.

09:30 – 10:30

아침은 게스트하우스 주방에서 대충 해먹곤 했다. 우아하게 파스타를 해먹거나, 늘 그렇듯이 플레이크에 우유 혹은 빵 한 두 조각에 계란부침을 해 먹었다. 일본 각지에서 온 과일을 먹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먹을거리는 코리아타운에 있는 시장에서 사왔다. 시장은 컸고, 슈퍼도 많은 편이었다. 아주 가끔 먹을거리를 포장해 온 적도 많았다. 다른 동네에 비해 코리아타운엔 먹을 게 참 많다고 느껴졌다. (혼자서는 잘 안갔지만) 남한음식을 파는 식당도 적잖았다. 그리고 쿠시카츠나 돈까스, 스시나 사시미를 파는 자그마한 식당도 많고, 체인형태의 식당도 많았다. 거주하는 사람 수가 뻔할 텐데도 식당이 많은 건 (일본 내에서는) 츠루하시가 먹을 것 많은 관광지기 때문이다. 여기가 오코노미야키와 호르몬구이의 본고장이니 말이다.

11:00 – 13:00

밥을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 했다. 여행자이긴 해도 머무는 시간이 긴 편이라 간간히 일을 했다. 나를 츠루하시로 부른 친구가 일을 주곤 했다. 친구는 자이니치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벌이는 코리아NGO센터에서 일을 했다. 마침 단체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일명 재특회)”을 상대로 한 재판을 돕는 중이었다. (재특회와 그 회원들은 자이니치에 대한 혐오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그 내용도 문제지만, 방식 역시 폭력적이다. 내가 아침에 본 것처럼 자이니치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길가에서 시위를 했다.) 재판에는 여러 자료가 필요했는데, 나는 동영상편집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재특회가 가두선전을 하는 영상에서 모욕행위와 자이니치를 상대로 한 폭력행위 부분을 모아 증거영상을 만들었다. 2월 초 쯤 편집 작업을 마쳤고, 한 달여를 들으니 자이니치를 대상으로 한 ‘혐오발언’은 통역사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어쨌거나 아침나절은 영상을 편집하는 시간이었다. 몇 달 후 뉴스에서 2016년 7월 1일 “헤이트 스피치 대처에 관한 조례”가 시행됐다는 소식과 2016년 9월 27일 이신혜 씨는 재특회를 상대로 승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친구의 이야기로는 자이니치를 향한 혐오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한다.

korea town

13:00 – 14:00

한국에 있든 일본에 있든 점심을 먹으면 커피를 마셔야 한다. 단순한 영상 편집작업이라지만 오전의 일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재특회 사람들의 크고 거친 목소리와 잔뜩 찡그린 표정 때문인 것 같다. 점심을 대강 먹고 나면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 츠루하시에서 조금 멀지만 신사이바시역 근처로 자전거를 타고 가 커피를 마신다. (주인장이 호주에서 커피를 배워 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호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Milpour Espresso라는 집에 주로 간다. 커피값은 300-650엔 사이다. 야외에 자그마한 테이블 두 개를 제외하면 따로 앉아 마실 수는 없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길가에 서서 마셔야 한다. 이 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라마르조꼬 머신이 있고, 아이스크림도 참 맛있다. 인파가 몰려드는 신사이바시지만, 이 커피집이 있는 골목은 꽤 한산하다. 겨울이라도 햇빛을 쬐며 조용히 커피 한잔을 마시기 좋다.

milpour

milpour 2

14:00 – 16:10

커피를 마시고 나면 할 일 없이 자전거를 타고 오사카 시내 여기저기를 쏘다닌다. 목적지를 따로 정하지 않고 달린다. 지도를 보는 건 집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됐을 때다. 세 시 반이나 네 시까지 5000엔짜리 자전거를 타고 오사카 곳곳을 한참 구경한다.

자전거 일주 3

자전거 일주 1

자전거 일주 2

자전거 일주 4

16:30 – 19:00

가장 애매한 시간이다. 두 달 간 한 동네서 지내다 보니 관광보다는 어떤 습관이 필요했다. 몇몇 할 일 중에서도 어디든 들어가 책을 읽는 게 좋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다른 손님들에게 휘말리기 쉬워,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 Cafe Click & Clack이란 곳은 얼마 전까지 하루 혹은 한달 단위로 멤버십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코워킹-스페이스까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운영상의 이유로 (이익이 나지 않아서) 카페만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도 코워킹-스페이스 운영 경험이 있는지라, 카페에 죽치고 앉아 일을 하는 손님들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와이파이 상태도 꽤 좋았다.

19:00 – 20:00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친구를 불러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갔다. 앞서 말했듯이 츠루하시는 오코노미야키의 산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5분을 걸으면 “어머니(オモニ)”라는 식당이 있다. (또 다른 곳도 있는데, 그곳은 비밀이다, 나만 알고 싶다.) 한글 메뉴판도 있고, 제주도 출신의 주인 할머니에게 한국말로 주문을 할 수도 있다.

23:00

[야식] らーめん 小十郎 (주소: 生野区 中川 1丁目-2)

야식은 코주로(らーめん 小十郎)에서 먹는다. 츠루하시와 인근에 사는 자이니치(在日) 친구들이 알려 준 동네 식당이다. 츠루하시 코리아타운에서 자전거로 한 1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집이다. 해가 질 때 문을 열어 해가 뜰 때 문을 닫는 집이다. 라멘은 한 종류, 그러나 두꺼운 더 두꺼운 중면으로 고르거나 마늘을 넣는 건 공짜다. 찐 계란과 차슈를 더할 땐 돈을 더 내야 한다.

kojuro 01

kojuro 02

kojuro 03 (1)

 

‾ 7문 7답

⓵ ‘내가 가본 도시’로 이번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관광지가 아닌 동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혹시 츠루하시 방문에 관심이 있다면 이 여행 과정에서 만든 지도를 살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s://goo.gl/rFYUL4

⓶ 여행 전 기대대로 좋았던 것은?

츠루하시는 오사카의 한복판 바로 옆에 있다. 도심 옆에 붙은 동네들이 그렇듯 경제적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동네다. 그래선지 이 동네가 조성된 194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뒤엉켜 있다. 예컨대 오래된 목조주택과 골목에서 근 십년 이내에 생긴 맨션까지,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동네다.

⓷ 기대하지 않았으나 좋았던 것은?

일본에서 자전거만큼 편한 이동수단이 없더라고요. 오르막길에서 고생을 하지만, 자전거가 일상이라 정말 편했어요. 시간에 관계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요. 구매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자전거상에 가서 중고 자전거를 사고, 돌아오기 전에 중고로 팔면 됩니다.

⓸ 기대했으나 실망한 점은?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카드를 내밀었다가는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시티카드를 이용해 일본지점에서 인출하려 계획했습니다만, 일본에서 시티카드 사용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넉넉한 현금이 중요하다는 점 알아두세요.

⓹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사람과의 만남은?

친구 덕에 오사카와 도쿄에서 자이니치 3세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따라하며 말을 익히고, 친구들은 한글을 익히며 자주 만나 생활했습니다. 몇몇 친구와는 함께 목욕탕을 다니기도 하고, 함께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지요. 2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인사를 나누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아마 친구들의 할아버지/할머니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곧 만나게 될 것 같아요.

⓺ 먹거리(밥, 커피 등) 딱 하나만 추천한다면?

무엇보다 ‘커피’, 일본에서 잘 팔리는 커피 원두의 종류는 한국과 다르더군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아프리카의 향 좋은 커피가 잘 팔린다면, 일본에서는 신맛이 강한 커피, 텁텁함이 강한 커피, 더 다양한 취향의 커피가 잘 팔리는 것 같아요. (한국의 여러 로스터리숍에서도 마실 수 있지만) 일본에서 잘 팔리는 커피는 요새 한국의 유행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커피투어를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소문에는 교토에 가면 여러 유형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해요.

⓻ 같은 컨셉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만은 꼭 해보라’ 추천한다면?

도시와 도시를 ‘고속버스’로 이동하는 여행도 좋더라고요. 저는 오사카에서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로 버스를 이용해 열흘 간 다녀왔어요.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몇 곳 갔는데 동네의 특산품을 맛 볼 수 있더라고요. 휴게소 음식, 추천합니다.

‾ ‘내가 가본 도시’를 마무리 하며 독자에게 꼭 하고 싶은 한 말씀!

가이드북을 집어 던져버려요. 웹 검색도 적당히.

길을 따라 걷는 건 어떨지요? 보이는 만큼 보고, 느끼는 만큼 느껴요!

Junchol Kim So

도시 연구자, 서울을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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