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잃은 집, 도시의 빈집


(ㅎ신문사 기자 말대로) 빈집은 ‘공가’나 ‘폐가’로도 불린다. 빈집이 주는 뉘앙스는 유별나다. 공가(空家)는 일본식 표현으로 다소 낯선 반면, 폐가는 공포를 자아내는 표현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공가’다. 가령 얼마 전 다녀온 성북구와 노원구의 일부 재개발예정지의 빈집 대개엔 빨간 페인트로 찌익 그려놓은 ‘공가’라는 글자가 그려져 있다. 따지고보면, 비어있는 집을 가리키는 이 세 단어는 서로 다른 쓸모가 있는 듯 하다. (정확치는 않지만) ‘폐가’를 설왕설래 할 때엔 공포감을 자아낼 때이며, ‘공가’란 시뻘건 글자는 정비대상라는 걸 알리는 표식이며, 지자체와 정부가 제기하는 ‘빈집’이란 단어는 새로 떠오르는 재생의 대상으로 쓰이는 듯 하다.

늘 그렇듯, 빈집문제가 도시문제인지 살펴보자. 빈집은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5년 주기)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빈집은 훼손도 50% 미만이며,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을 가리킨다. 무엇보다, 비게 된 원인에 따라 문제 대상을 가늠할 수 있다. “매매·임대·이사”, “미분양·미입주”, “현재 수리 중”, “일시적(가끔) 이용”, “영업용”, “기타”로 사유를 분리할 수 있다. 한 기사에서 통계청 관료의 말마따나 “건축이 됐는데 입주가 아직 안 된 미분양, 이사를 가면서 일시적으로 빈집이 된 경우”는 그나마 대책을 마련할 여지가 높다. 문제는 정비 계획 없이 장기간 방치된 집들로 보이는 ‘기타’ 사유 항목의 빈집들이다. (인구주택총조사 ‘사유별/기간별/파손정도별 빈집’항목 – https://goo.gl/y3hA8w)

이제 결과를 살펴보자. 2016년 빈집은 112만호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58만 가구, 단독주택이 27만 8천가구, 다세대주택이 18만 8천가구가 빈 상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16만 8천 가구), 경북(10만 8천가구), 전남(10만 2천가구) 순이다. 무엇보다 30%(33만 7천가구)가 30년 이상인 노후주택이다. 통계로 볼 때(그리고 경험적으로도) 빈집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통계에서 가장 높은 빈집수 증가율을 보이는 지역은 다름아닌 ‘대구’였고, 증가율은 24.7%(3만 가구→3만7천 가구)였다.

도시 성장/쇠퇴라는 과정으로 볼 때, 빈집은 쇠퇴하는 도시의 특성이다. “도시가 성장할 때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정형성을 보인다. 반면 (가령 Sim City 같은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텐데) 도시가 축소(수축, Urban Shirinkage)될 때는 예측불가능한 형태로 도시 중간중간에 빈집, 유휴시설이 나타난다.” 반면에, 인구문제와 연계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정부와 언론과 학계는 ‘일본’의 사례를 빌려다 꾸준히 빈집문제를 제기했다. 즉, 한국 역시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기타 사유의) 빈집이 늘고 있다 말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모색 중인 대책은 얼마나 효율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게다가 빈집을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포함해, 도시재생 예산을 투여해 빈집 정비에 나서고 있다. 법적으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2013년 6월 4일 제정)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조례와 정책을 생산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빈집을 매입하거나 토지주의 동의를 얻어 (빈집을 허물고) 주차장으로 조성하거나, 직접 수리해 임대주택으로 조성하고, 혹은 숙박시설로 만든다. 그러나 이런 재생방식이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다. 대체 이 정책이 어느만큼 타당한 계획 하에서 수립 중인지 알 수 없다. 가능한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여러 제안과 이를 통해 시민과 합의한 ‘도시계획’을 만든 후, ‘도시재생’을 시도해야 하는 건 아닐까? 문제와 대책만 난립하고, 논의와 합의가 보이지 않는 도시의 처지란 참 씁쓸하다.

링크:
우리도 일본처럼? 늘어나는 빈집들 왜?
http://m.hani.co.kr/ar…/society/society_general/782225.html…

한국 아파트 사상 첫 1000만 가구 돌파, 빈집은 112만채
http://news.chosun.com/…/html…/2017/08/31/2017083101860.html

도시재생 영역 넓힌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596367

구도심 빈집 정비사업 ‘꿩 먹고 알 먹고’
http://www.inews365.com/mobile/article.html?no=508154

태백시 아파트 건축 붐 ‘빈집 공포’ 우려
http://m.kado.net/?mod=news&act=articleView&idxno=872559

‘인구절벽 시대’ 외곽 개발, 공허한 미래 그리는 공주시
http://m.segye.com/view/20170924002572

Junchol Kim So

도시 연구자, 서울을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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