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구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소준철,이민재(2016), 『빈곤한 도시노인과 지역 내 자원의 흐름』, 서울연구원. 내려받기
이 연구는 2016년 상반기 ‘작은 연구 좋은 서울’ 지원사업 연구과제 보고서입니다.
– (그 어디에도 적은 적 없는) 연구 배경과 연구의 흐름
요사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건 ‘노인’이 되는 일일 겁니다. 돈 많은 노인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서 박스 주으러 다니면 안될텐데”라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노인의 빈곤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노인을 위한 각종 지원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끊임없니 제출됩니다. 혹자는 노인의 처지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껏 ‘노오력’하며 살아온)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아니라는 한탄스러움을 털어놓기도 하고요. 저 역시 당위와 감정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써 어떤 글이 필요할지, 고민해보았습니다. 더군다나 (노인이 될 수 없는) 젊고 어린 놈이 할 수 있는건, 그/녀들을 쭉 관찰하고 (가급적 사심을 드러내지 않으며) 기록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하고요.
그래서 도시에 사는 노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서종건(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과 함께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이란 주제로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연이어 올해에는 『빈곤한 도시노인과 지역 내 자원의 흐름』이란 주제로, 경로당을 중심으로 도시에 사는 노인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도시에 사는 노인들의 생활에 대한 민족지(에스노그라피) 연구입니다.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서울연구원, 2015: 공동연구)은 (1) 도시에서(노동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접근하기 가장 쉬운 노동이라는 점, (2) 그러나이 노동은 정책과 산업이 묵인하는 그 끄트머리에 위치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이 연구의 발표 이후 “폐지수거 노인,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없을까?”라는 주간경향의 보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천만상상오아시스에 기고한 “폐지줍는 노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2016/12)를 통해 짧게나마 정리한 바도 있습니다. 물론 변화를 끌어내기에는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삶에 천착해보려는 시도에서, 도시에 사는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보았습니다. 바로 『빈곤한 도시노인과 지역 내 자원의 흐름』(서울연구원, 2016: 공동연구)이라는 이번 연구입니다. 그래서 삶에 천착해보려는 시도로 도시에 사는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빈곤한 도시노인과 지역 내 자원의 흐름』(서울연구원, 2016)은 한 도시노인의 삶, 생활, 사람, 그리고 생활 공간인 ‘경로당’을 세밀하게 살피는 연구입니다. 게다가 의/식/주라는기본적 욕구 가운데서 ‘식사’에 주목했지요. 도시에 사는 노인의 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그리려 했습니다. 이 연구들을 통해 얻은 단상들 가운데 폐지수집과 자원의 문제를 결합하여 “재활용품수집 노인들에 대한 연구노트”로 정리하기도 하기도 했으니, 일독을 부탁드립니다.
– 요약
이 연구는 다음의 문제를 풀고자 했다. 지역 내에서 노인들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조달·교환·공유하는가. 노인들은 도시의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 들과 관계를 맺는가. 특히, 식생활에서 조달하여 온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북아현동은 여러 시간대가 켜켜이 조밀하게 쌓인 공간이자 고립지역 개발(enclaved development) 방식에 의해 경제적 처지에 따라 형성된 집단주거지역 여러 개가 위치한 다. 즉, 북아현동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형성된 집단주거지역(enclave)이다. 북아현동에서도 현행 노인법과 지역 노인들의 요구가 만나 만들어진 공간인 경로당과 그 경로당의 어르신들을 광범위한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왜냐하면 경로당은 정책과 요구가 만나는 공간이고 지역사회 단위의 사회보장제도나 지역사회의 ‘봉사활동’, ‘물품제공’과 같은 민간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조사 방법으로 경로당과 노인들의 생활에 대한 참여관찰을 택하였지만, 이는 경로당의 진입과 생활세계의 인식, 그리고 경로당 노인들과의 라포(rapport) 형성을 위해서였다. 노인들과 어느 정도의 라포가 형성되고, 주요한 연구 대상을 설정한 이후에는 한 노인(A)의 생애사를 서술하며, 그녀의 현재 생활세계에 대한 민족기술지(ethnography)적 방법을 택했다.
A의 삶은 다음과 같다. A는 나이에 상관없이 ‘노력’을 되풀이하는 사람이다. 전쟁통에 월남하여 고향사람들 덕에 자리를 겨우 잡아 살았다. 개발과 독재의 시대에는 중동에 간 남편과 떨어져 친척 몇을 두고 홀로 아이 셋을 키웠다. 부족한 돈을 벌겠다며 인천에서 물건을 떼어 서울에다 팔았다. 장사꾼이었다. 그녀는 이 삶을 통해 “삶의 노하우”를 얻어낸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다르게 볼 필요도 있다. 몸이 늙어도 쉬기 힘든, 그녀의 노력은 끝날 수 있을까? 매년 초가 되면 일자리 사업의 공고를 보고, 다른 노인들과 눈치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은 끝날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키가 적어[작아] (아이들이) 키만 크게 자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후회해. 잘 살 거라고 할 걸”이라는 후회를 멈출 수 있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 “끝나지 않는 노력”은 청년뿐 아니라 노인에게도 있다. 여기에는 노후 보장을 상상하지 못하며 늙은 저 세대의 그/녀들의 단면이기도 하다. 아마 경제위기를 겪으며 몸과 마음이 궁핍해진 베이비붐 세대들에 비하면 (더 나은) 근 미래가 아닐까.
실상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A는 이 서울이란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척 놀랍다. 그럼에도 삶에 필요한 최저물품을 상정하고, 각 물품을 구하는 각각의 노하우가 있다. 여기에는 앞서 생애사에서 살펴보았지만, 자원을 연계하는 인물, 기관에 대한 이해와 이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작동한다. 경로당은 역동적이며, 활기차다. 경로가 어찌되건 간에, 경로당은 노인들에 필요한 많은 자원이 모이고 쓰이는 공간이다. 그래서 단순한 여가의 공간이 아니라 임원을 구성하는 등의 위계적 특성을 가진다. 이들에 대한 견제도 이뤄지고, 방어를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경로당은 사회 보장제도의 신청과 대기 소식, 일자리 정보나 활동프로그램, 먹거리 등이 한데 모여 있는 노인들의 플랫폼(platform)이다. 이 경로당이라는 플랫폼에서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바로 식사 자리다.
A의 식생활은 ‘함께’ 먹는 식사와 ‘혼자’ 먹는 식사로 구분할 수 있다. A 역시 누군가와 함께 먹는 자리는 주로 경로당이다. 그리고 함께 외식한다 해도, 경로당의 사람들과 함 께다. 이때 식사는 경로당 생활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나 경로당을 벗어난 A는 대개 혼자 밥을 먹는다. 그럼에도 개인의 생계비, 도시락 배달 사업, 지역 내 민간의 지원 을 통해 얻은 반찬과 쌀은 경로당 생활에서 건진 정보와 이로 인한 자신의 ‘노력’으로 받아 온 것들이다. 이때 식사는 경로당 생활의 결과이다. 즉, 식사와 경로당은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된 한 덩어리이다. 자원을 조달하고, 이용하고, 공유하는 과정이자 결과인 셈이다.
– 목차
01 들어가면서 2
1_연구 배경과 목적 2
2_연구문제 5
3_연구방법과 연구대상 5
02 ‘되풀이 인생’, 끝나지 않는 ‘노력’ 14
1_A를 만나다 14
2_어린 시절과 한국전쟁 경험 15
3_인천의 ‘A 순경’ 17
4_서울살이와 ‘장사끼’ 19
5_돌아온 남편과 자녀 교육 24
6_부모이자 노인인 그녀 26
03 돈과 먹을거리가 흐르는 경로 30
1_A의 생활과 노하우 30
2_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자원조달 36
3_노인일자리사업과 자원조달 51
4_경로당 활동과 자원조달 56
5_사적 자원을 통한 자원조달과 공유 68
04 도시노인의 한 끼 식사 78
1_‘함께’ 식사 78
2_‘혼자’ 식사 90
3_한 끼 식사가 지니는 의미 93
05 나오면서: 결론 및 정책 제언 96
참고문헌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