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쩌면 패배했다는 이유 때문에 오는 우울증이었는지 아니면 하늘이 명한 천명이 다한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니 신열이 오르고 열병이 들어 엿새 동안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러는 동안 친구들인 신부, 학사, 이발사가 여러번 다녀갔고 그의 착한 하인 산초 빤사도 그의 머리맡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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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는 그에게 빨리 힘을 되찾고 일어나 목동 수련을 시작하자고 하면서 이를 위해 벌써 목가시 한편을 지어놨는데, 저 유명한 목가소설의 대가 싼나차로가 아무리 많은 목가시를 써도 자기 것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 자기 돈으로 가축을 지킬 유명한 개 두 마리를 사두었는데, 한 놈 이름은 바르시노이고 다른 놈은 부뜨론으로 엘 낀따나르의 한 가축업자가 자기에게 그 개들을 팔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는 그의 슬픔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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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끼호데는 좀 자고 싶으니 자기를 혼자 있게 해달라고 청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도록 해주었다. 근데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한달음에 한번도 여섯시간 이상을 쭉 잤는데 너무 많이 자서 가정부와 조카딸은 잠자다 그가 그대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섯시간이 지나지 그는 잠에서 깨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축복 받으소서, 강력하신 하느님이시여, 저에게 그토록 잘해주시다니! … 나는 이제 정신이 제대로 맑아졌고 자유롭단다. 머릿속에 자욱하던 안개 낀 무지의 그림자 하나 없이 말이다. 그 역겨운 기사도에 관한 책들을 끊임없이 죽도록 읽어대다가 정신에 안개가 끼었던 거지. 이젠 그것들이 다 엉터리이고 사기였음을 알았단다. … 얘야, 나는 지금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순간 나는 내 일생이 미친 사람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죽을 만큼 나쁜 것이 아니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고 싶구나. 비록 미친 짓을 하고 살았지만 내가 죽는 순간까지 그런 모습을 사실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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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돈 끼호데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는데, 모든 종부성사를 받은 뒤 기사도 책들에 대해 적절한 말로 수없이 혐오의 뜻을 나타낸 뒤였다. 서기도 거기 있었는데, 그는 돈 끼호데처럼 저렇게 조용하게 자기 침대에서 죽는 방랑기사가 있다는 것을 기사도 책에서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돈 끼호데는 거기 있는 사람들의 눈물과 동정의 말 속에서 마지막 그의 정신을 바쳤다. 말하자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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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만차의 기발한 시골 양반은 이렇게 임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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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 2012, 민용태, ‘돈 끼호데가 병들어 누운 이야기와 그가 쓴 유서,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하여’, “기발한 기사 라 만차의 돈 끼호데 2”, 창비: 848-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