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재학생·수료생·졸업생 129인은
정부의 중·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 방안”에 따라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지속적인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 “편향된 시각”과 “다양성의 퇴색”을 이유로 들어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며 국정화의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국정 교과서가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정부의 독선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첫째, 국정 역사교과서는 정권의 성향에 치우쳐 오히려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사적 해석이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 정부가 편찬하는 하나의 교과서만이 ‘올바른 역사’이며, 그것만으로 학생들에게 역사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정부만이 역사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학문의 공공성을 해치는 것이며,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할 우려가 있다. 역사는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공존할 때 그 가치가 보장된다. 정부에 의해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역사교과서는 올바른 교과서가 될 수 없다.
둘째, 국정 교과서는 박물관 속 유산으로 계속 남겨두어야 한다. 2015년, UN은 베트남 정부에 “역사에 있어서 단 한 개의 객관적인 사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역사는 종교나 믿어야 할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였다. 2013년 UN총회에서는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고 그 위험성을 말하기도 하였다. 이후, 베트남은 국정제를 검인정제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전쟁이나 경제위기, 독재정권 같은 처지인 극소수의 국가만 남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시도이며, 국제 사회에서도 나쁜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셋째, 오늘날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적이지 못하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학문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라진 논의와 일방적인 포고로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은 많은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로 이어졌다.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는 정부가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의 바람을 거스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단언코 비민주적인 처사이다. 이처럼 문제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역사를 정쟁(政爭)의 도구로 삼는 것은 누구인가 되묻고 싶다. 단언컨대, 역사는 정치를 위한 무기가 아니다.
우리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78년 박정희 정권에 의하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지난 과오를 바로잡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란 새이름으로 해외에 한국학의 저변을 확장하고, 각국 교과서에 실린 한국 관련 항목을 바르게 수정하는 일도 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에서 활동할 한국학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다수의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익히면서 연구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구성원이자 현 사회의 구성원으로, 우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한다.
2015년 11월 중·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재학생·수료생·졸업생 129인
재학생·수료생
소준철 외 87인
졸업생
이종우 외 40인
강수지, 강연희, 김덕묵, 김동건, 김민수, 김수현, 김예진, 김정미, 김진한, 김향숙,
김혜숙, 김효진, 문혜경, 박상언, 박정애, 서민우, 서정민, 성영애, 소병문, 신선영,
양미경, 오가와 레이, 유기쁨, 유은지, 유지복, 유치석, 이강일, 이근영, 이대화, 이미선,
이태희, 정대일, 정원주, 정은균, 제송희, 조양원, 주은지, 최진아, 편나래, 허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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