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 소준철(2015), 『1970년대의 전통적 생활세계와 생애사적 기록: 《뿌리깊은 나무》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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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의 창간호(1976/3)와 폐간호(1980/8)의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samgan/9039967)

소준철(2015), “1970년대의 전통적 생활세계와 생애사적 기록: 《뿌리깊은 나무》를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 논문. 내려받기


  • 초록

이 글은 1976년부터 1980년까지 4년 여 동안 모두 53호가 발간된 잡지 《뿌리깊은 나무》와, 1970년대 후반의 상황에서 이 잡지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간행된 것도 아니고 한국사회의 여론을 주도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아직도 독특한 형식과 한글 사용, 많은 사진들, 잊혀져가는 전통에 천착한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급스러운 교양지로 기억되는 《뿌리깊은 나무》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잡지다. 이 글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뿌리깊은 나무》가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체제와 내용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검토해보고, 특히 한국의 전통에 대한 일련의 연재기사들을 통해 전통적 생활세계에 대한 이 잡지의 관심과 그런 생애사적 기록의 역사적인 위치와 의미를 확인해볼 것이다.

나아가 이런 작업은 1970년대 한국의 문화적 지형을 복원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거칠게 묶자면 1970년대 잡지에 대한 연구는 《창작과 비평》이나 《문학과 지성》의 비판적 담론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인 가운데, 최근 들어 《선데이서울》로 대표되는 주간지나 여성지도 주목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전자가 1980년대 사회과학의 시대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회고적 그림이기 쉽다면, 후자는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관련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억압과 통제 속에서나마 1970년대의 잡지는 훨씬 더 다양한 분야와 독자층에 걸쳐 있었고, 당대의 ‘비판’ 역시 정론지나 문예 계간지의 사회과학적 담론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뿌리깊은 나무》가 보여준 전통의 발견, 전통에 대한 천착 역시 나름대로의 비판적 기능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탄생과 관련해서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시대적 제약이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대폭 위축시킨 1970년대 후반의 유신체제와 긴급조치 국면에서 정기간행물을 창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출판․간행물의 등록제와 납본제도, ‘윤리위원회’의 검열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출판시장을 제약했고, 공식적인 법과 제도 이면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작동도 있었다. 법령이 규정하는 형식적 요건을 갖춘다고 해서 쉽게 등록과 발행허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단행본과 달리 정기간행물은 한 번의 간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지속적인 통제와 검열의 대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1976년 2월 초 《뿌리깊은 나무》가 창간되었다. 새 정기간행물을 좀처럼 허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창간이 가능했던 것은, 그것이 이미 1970년에 한국브리태니커사의 ‘사보(社報)’ 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유신’이 선포되기 전이었고, 또 박정희 정권의 언론 통제 아래서도 사보는 비교적 창간이 자유로웠다. 형식적으로 보면 《뿌리깊은 나무》의 창간은 창간이 아니라, 기존의 사보가 제호를 바꾸고 체제도 일반 독자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잡지로 변경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뿌리깊은 나무》 창간호는 통권 1호가 아니라 ‘7권 2호’였다.

많은 사람들이 《뿌리깊은 나무》의 특징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것이 익숙한 일본 잡지가 아니라 미국 잡지를 닮아 있었다는 점이다. 잡지 체제의 정비가 이뤄지는 초기에, 《뿌리깊은 나무》는 조직에서나 잡지 자체의 형태에서나 서구의 출판 시스템에 가까워지려고 했다. 기존의 정기간행물이나 단행본 출판에 관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편집자와 기자로 뽑았고, 새로운 판형과 지면 구성을 시도했다. 특히 한글 전용이라는 방침을 고수한 것은 잡지의 형식과 내용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게다가 1978년은 편집위원을 교체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로부터 독립해서 ‘뿌리깊은 나무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다.

1979년 말부터는 폐간 때까지 잠시 ‘알 권리’를 주창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시도한 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뿌리깊은 나무》는 정부와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한글과 전통문화를 모색한 교양주의적 성격의 잡지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에 비판적 성격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뿌리깊은 나무》의 사회비판은 다른 잡지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종의 문화적 우회를 통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나 〈외롭잖은 외돌톨이〉의 연재는 이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두 기획연재는 전통사회의 ‘유산’이나  ‘마지막 남은 사람들’로 명명한 대상들을 기사화한 것인데, 대개 이들의 개인적 생애와 현재의 삶을 중심으로 하면서 그 안에서 전통문화의 문제를 다루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 그들의 생활세계는 축소․파괴되어 사라지거나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관제 ‘민족문화’에 포함되거나 보호되어야 할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몇몇은 개인의 생애를 드러내는 자리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환상과는 다른 ‘떳떳지 못한’ 내밀한 이야기마저 드러낸다.

1980년 7월 31일, 신군부는 《뿌리깊은 나무》를 비롯해서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씨알의 소리》같은 여러 정기간행물들을 폐간 조치했다. 《뿌리깊은 나무》처럼 정치색이 비교적 옅었던 잡지까지 폐간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이들의 폐간 조치는 잡지와 신문을 비롯한 정기간행물의 공간을 축소시키고 비판적 지식인들의 공간을 제한하는 기능을 했다.

《뿌리깊은 나무》가 폐간된 후, 《뿌리깊은 나무》의 특징을 이어갈 수 있는 《한국의 발견》같은 인문지리지나 《민중자서전》등을 기획하고 출판했다. 그러나 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종합적 교양이라는 맥락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이런 기획물들은, 1980년대의 새로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뿌리깊은 나무》는 유신체제 하에서 ‘전통적 생활세계’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전통을 파괴하는 행태와 민족문화중흥을 위한 정책들이 가진 문제들을 비판하려고 했다. 이 비판은 필자가 아닌, 필자가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개인적인 생애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권위주의적이며 강력한 통제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전통적 생활세계 속에 살아온 작은 개개인들의 생애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로 진입하며,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민중자서전》으로 확대돼야 했다. 민중과 전통문화라는 두 갈래에서 민중으로 논의의 축이 옮겨져야 했다. 전통적인 생활세계에서 개인의 생애사적 기록은 생활사적인 측면이 아니라, 민중사적인 측면에서 유효한 새로운 서사 전략으로 전환되었다. 1980년대 상황에서는 《마당》이나 《샘이 깊은 물》은 더 이상 《뿌리깊은 나무》의 연속이라고 볼 수 없다. (발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1970년대의 ‘전통문화’와 사라져가는 ‘생활세계’에서 1980년대는 역사와 변혁의 주체로서의 집합적 ‘민중’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다. 이 자리에서 뿌리깊은 나무>는 일종의 한계, 전환점에 부딪히고 있었다.

주제어: 《뿌리깊은 나무》, 유신 체제, 1970년대 잡지, 전통적 생활세계, 생애사


  • 목차

1장 서론

1절 문제제기
2절 선행연구
3절 자료와 연구문제
4절 논문의 구성

2장  《뿌리깊은 나무》의 시대: 1970년대 후반의 출판상황

1절 1970년대 잡지 출판현황과 시장
1) 잡지 출판의 증가와 현황
2) 잡지 종류의 다양화

2절 유신체제와 출판 통제: 법과 제도, 정부
1) 출판사와 정기간행물의 등록제
2) 정기간행물의 납본과 검열, 윤리위원회
3) 법제도와 운용

3장 《뿌리깊은 나무》: 백과사전과 잡지

1절 《뿌리깊은 나무》의 탄생
1) 언론 통제 속의 창간: 사보(社報)라는 우회로
2)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뿌리깊은 나무》

2절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1) ‘잡지사’ 사람들: 편집국과 미술국
2) 편집위원과 보편적 교양의 스펙트럼
3) 외부 필진과 원고 청탁, 한글 쓰기

3절 《뿌리깊은 나무》의 지면과 내용 구성
1) ‘한국적인 것’을 추구한 교양잡지
2) 시기별 내용 구성: 문화에서 민주주의로
3) 《뿌리깊은 나무》의 지면 구성

4장 《뿌리깊은 나무》의 폐간과 1970년대의 종언

1절 《뿌리깊은 나무》가 추구한 전통과 문화
1) 〈숨어사는 외톨박이〉: 전통적 생활세계와 문화
2) 민족문화와 민중의 생애사

2절 《뿌리깊은 나무》 폐간과 1970년대의 종언
1) 신군부의 언론탄압과 《뿌리깊은 나무》의 폐간
2) 《뿌리깊은 나무》의 한계와 그 너머: 문화에서 민중으로

5장 결론

참고문헌
ABSTRACT
부    록

Junchol Kim So

도시 연구자, 서울을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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