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포차는 사라져가는 민속학을 전공하는 이민재(자칭 쌀 전공)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회학을 전공하는 소준철(자칭 책 전공)이 함께 이름붙여놓은 프로젝트 그룹이다. 아마, 학문이 사라지거나 내가 사라질지 몰라 포장마차계로 진입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둘의 처지를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이 두 변두리 연구자들은 2015년 봄, 함께 황학동 만물시장과 중앙시장을 답사하고난 후, 쪼마난 포장마차에서 만 원 짜리 회접시 하나에 맥주를 마시며 결의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둘의 전공과 아무 상관도 없는 듯 보이는, 그렇지만 이 둘은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1896-1899년에 간행된 <독립신문> 독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두것들이 할말이 없어서 만들어 낸 “공통 주제”는 일상/생활/세계 정도이고, 취미는 (촌스러운) 탐정놀음이다. 그런데 버거니 루크만이니 하는 작자들보다 형이하학적인 것들이라, 한 인간은 가서 앉아있다가 물어보고 듣고 떠들고 보고 쫓아다니는 걸, 다른 한 인간은 몰래 가서 엿보고 엿듣고 은근슬쩍 끼어들다 도망가는 걸 나름의 방법론으로 믿고, 쓰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알바동맹이다.)
허락없이 지멋대로 소준철 자판질함.
이런 데 가면 눈 돌아간다. (황학동 / 2015년 5월 30일)“민예”, “민속”, “전통” 이런 단어들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친다. (용산구청 부근 어딘가, 2015년 4월 24일)시장은 우리 공부의 “입구”다. (서울 중앙시장, 2015년 4월 4일)특히, 비닐봉다리를 왜 저렇게 매어놨을까, 이런 건 주요관심사다. (서울 중앙시장, 2015년 4월 4일)수산시장은 아직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다. 그런데 저 표현,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기절낙지”와 “살아있는 알배기낙지”라니! (노량진수산시장, 2015년 2월 18일)특히, 이민재는 “쌀”이라는 글자만 보면 말이 많아진다. (녹사평 근처, 2015년 2월 5일)또 이런 것도 좋아할 테다. (녹사평 근처, 2015년 2월 5일)소준철은 이걸 좋아한다. 아니 이것들의 정체를 쫓고 있다.특히, 책의 맨 뒷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신당창작아케이드, 2015년 30일)왜 교과서는 저 모양으로 생긴걸까, 한참 고민한다. 그러다가 인쇄기술을 뒤져 본다. 미쳤지. (서울교육박물관, 2015년 6월 2일)뭐 이런 곳. 내가 이런 곳에 다닐 적에, 이민재는 논에 갈 궁리 중일테다. (활판공방, 2015년 11월 11일)
뭐 이런 걸 보러 쫓아다니기도 한다. (서울교육박물관, 2015년 6월 2일)취미는 이런 곳에 들어가는 거다… (대전 어딘가, 2015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