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간보고

아시겠지만, 저는 지난 1월 4일 일본에 입도하여 오사카시 이쿠노구 츠루하시 지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코리아 타운 한 가운데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케이팝 들으며, 일본내의 한류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일본애들이 많이 오는데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제 2주 정도 지낸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십여일만에 처음으로 츠루하시 지역을 벗어나 봤습니다. (남들은 なんば니, 梅田니 잘도 돌아다니던데 저는 이 동네에 콕 처박혀 있었네요. 제 여행이 이렇지요, 뭐.)

이 동네에는 인류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논문을 쓰고 있는 홍리나 씨가 있어요. <문화적 저항으로서의 재일동포 민족학급 – 히가시오사카의 사례>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문옥표 교수의 제자입니다.) 이 친구가 일하고 있는 한길 이란 곳에서 일(행사 보조, 포장 등…)을 가끔 돕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일본 우익의 헤이트스피치 관련 재판 자료로 쓸 동영상 편집을 할 예정입니다. 덕분에 재일동포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한글 교실에 가서 도와주고 있어요. 이 단체에서 고맙다며, 일본어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해줬어요. 그래서 주중에 4일간 세 시간씩 열리는 일본어 강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자기 소개와 これ, それ、あれ와 か의문형, い형용사까지 배웠습니다.

  • 한길은 원래 코리아 NGO센터의 한 부서였다가, 현재는 독립하여 회사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과 유사하지 않나 싶습니다. (홍리나 님의 사실 확인)

여기서 알게 된 친구들이 “생활일본어”(라기보다 오사카 사투리)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사부님 전상서를 쓰는 것 같네요.) 또 몇몇 일본에 있는 연구자를 알게 되었는데, (예전 문화와 일상생활 수업시간에 잠깐 보았던) 사진집의 시기 즈음의 이쿠노 구와 자이니치 역사에 대해 듣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도 캔을 줍거나 박스를 줍는 노인들이 많아서, 어디에 가져다 파는지 몰래 쫓아다니고도 있습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인과 중국인이 많다고) 사람들이 오지도 않는 동네였는데, 한류 붐이 일면서 “김치숍”, 한국식 “야끼니꾸 식당”, “한류 숍”들이 잔뜩 생겨나고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동네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주, 민족학교에서 보조자료로 쓸 동요 선별 작업을 돕기도 했는데요.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는데요, <곰 세마리>란 동요가 있잖아요? 요사이 북에서 “할배곰, 아빠곰, 새끼곰. 할배곰은 뚱뚱해, 아빠곰도 뚱뚱해, 새끼곰은 미련해”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고, 여기에서는 “으쓱 으쓱 잘 한다”라는 가사를 “히죽 히죽 잘 한다”로 부르더라고요. 본래 어릴 적에 배운 건 “으쓱 으쓱”인 것 같은데… 사전을 살펴보니 북한말로 “활갯짓을 거볍고 크게 하며 걷는 모양”이라더라고요, 의미상으로 북의 의미가 노래에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는 극우 아저씨들이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와서 “한국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세요”라는 점잖고(?), 커다란 목소리의 가두시위가 있어서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이번 주에는 차별반대 자이니치-일본인 그룹의 혐한 반대시위가 있었고요. 자이니치의 처지가 어떠한지 짐작되지 않습니다만,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사이에는 뉴-커머로 불린 재일동포들 외에, 최근 취업이나 결혼이나 유학을 이유로 건너 온 사람들을 뉴-커머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골머리를 썩는 것 같습니다. 듣자하니 “시민권” 뿐 아니라 자이니치의 남한 선거에 대한  “참정권” 논의도 이제사 불거진다고 이야기 됩니다. (현실정치는 아는바가 없지만, 오사카에 있는 민주당 사람들의 행정능력이 무능력하다고 논해지네요.) 아마 내년 총선이 있으니, 여기에서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지나 봅니다.

* “자이니치들의 1) 재외국민으로서 일본에서의 생활, 2) (표상화된) 민족, 3) 교육에서의 “루쓰”(roots, 뿌리, 고향) 찾기, 4) 개인과 민단과 조총련과의 관계, 5) 더 나아가 한국에서의 국가보안법의 위협, 6) 자이니치가 아닌 new-new-comer의 일본 진입, 7) 차별금지 조례” 등의 문제를 입수해 보옴.

시간이 나면, 오사카에 있는 서점과 헌책방과 도서관을 싸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츠루하시 지역에 있는 헌책방과 서점들은 다녀봤는데요, <서울 서림>이나 <샛바람 문고>라는 곳은 서점이지만 지역에 있는 재일동포 조직이나 재일동포 개인들과 저변을 넓히려고 시도하더라고요. 특히 <샛바람 문고>는 재일동포 관련 문제에 있어 일정 부분 개입하고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서점”의 역할이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하는 곳들이 몇 있는데, “서점”의 쓸모가 뭘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문득 (지금은 대한보청기인가 보청기 사무소가 들어선) 망해버린 박인환의 “마리서사”나 오장환의 “남만서방” 같은 곳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맨날 생각나는 것만 많지, 정리를 못하는게 제 단점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Maruzen and Junkudo라는 서점과 阪急 古書の街에 다녀왔습니다. Maruzen and Junkudo는 어마어마하더라고요. 7층 짜리 건물에, 한층에 많아야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까막눈으로 슬쩍) 훑어봤는데 어마어마하더라고요. 洋書 코너에 가니 영어/한국어/불어/독어/스페인어 서적들도 있고요. 한큐 고서거리에는 (한국의 분류로 본다면) 고서와 중고책이 있더라고요. (역시 까막눈이라) 내용은 알아먹지도 못 하고, 제목과 판권장과 크기 정도만 살펴봤습니다. 전후시기 잡지들이 꽤 많이 나와있었습니다. 전집도 많고요. 1950년대 잡지들을 봤는데, 한국과는 상황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세련되고, 만져보니 읽기에도 좋은 크기에다, 사진들도 세련되더라고요. 특히, 사진 관련 잡지들이 고서점에 많았는데, 안에 찍힌 사진을 보니 몇 권 사고 싶더라고요. 한 달 후에 일본어가 덜 불편해지면, 다시 가서 띄엄띄엄 읽어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

 

– 2016년 1월 16일. “사부에게 드리는 중간보고(편지)” 가운데에서.

Junchol Kim So

도시 연구자, 서울을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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